최악때 선택지 '당원소환 반격'..이준석이 당 쪼갤수도 있다고?

손국희, 김하나 2022. 7. 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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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할까 주저앉을까. 사실상 당 대표직 박탈과 다름없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향후 이 대표의 대응과 당 윤리위원회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국민의힘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 뒤 약 5시간 만에 꺼내 든 ‘셀프 징계 보류’ 카드는 불발로 끝났다. 그는 8일 오전 “징계 처분권이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직 당 대표직에 있으니 윤리위를 무마할 수 있다는 논리였지만, 당내 여론은 징계 효력이 윤리위 결정 직후 발생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곧장 대행 체제를 선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제 이 대표 앞에 남은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먼저 윤리위 처분에 대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는 이 대표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으로 환기할 순 있지만, 내부 반응은 회의적이다. 당 관계자는 “논란을 각오하고 중징계라는 초강수를 둔 윤리위가 재심에서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이 대표 측이 공공연하게 언급했던 승부수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코너에 몰린 이 대표의 상황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다.

부정적 전망이 대세인 재심 청구와 달리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당내 반응이 엇갈린다. 한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은 실질적으로 집권당 대표직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는 처분이고, 윤리위원들도 이를 알고 처분했기 때문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이 특정 정당의 내부 논란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극히 드문 데다가, 만약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이 대표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당 중진의원은 “이 대표의 남은 임기(11개월)보다 긴 당원권 1년 정지라면 얘기가 달라지겠만, 6개월 정지는 어쨌든 복귀할 길을 열어둔 징계”라며 “법원도 정치 개입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인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 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이양희 중앙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 폭로에 여권 윗선이 개입됐다는 기획설을 부각하며 친윤계에게 공세를 퍼부을 가능성도 크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성 상납을 한 인물로 지목된 장모 씨가 ‘폭로 배후설’을 언급했다는 7일 JTBC 보도를 두고 “지난 1년간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고 기획설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장씨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가 장씨 등의 진술을 일괄적으로 신뢰해 이 대표를 징계했다면, 윗선이 개입했다는 폭로도 배제해선 안 된다”며 “이 대표에게 유리한 주장은 배척하고, 불리한 주장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징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20대 남성 팬덤을 등에 업고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표 지지층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뉘앙스로 단체 행동에 나서면 당 의원들과 원내 지도부에게 압박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안 그래도 위기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더 추락한다면 이 대표의 ‘지지율 영향력’이 일정 부분 입증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영향력은 제한적”(여권 관계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여권 관계자는 “상당수 친윤계 의원들은 ‘지지율 회복은 3개월이면 되고, 이 대표는 극성 팬덤에 갇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대표가 현직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본인 의지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9일 지지층인 ‘여원 산악회’ 회원 1000여명과 단체 산행에 나선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여론전에 나서려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징계 직후 이준석 “책임당원” 강조한 까닭은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이준석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던 중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대표가 자신의 임기 동안 급증한 책임당원을 등에 업고 ‘당원 소환제’ 등으로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이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한 달에 당비 1000원을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전체 책임당원 100분의 20 이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이 서명하면 당원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실제 투표가 이뤄지면 책임당원 3분의 1 이상 투표, 과반 찬성으로 당 지도부나 선출직 최고위원을 파면할 수 있다. 임기 개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소환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당 지도부나 이 대표와 대척점에 선 최고위원들을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이 서명하면, 당내 현안에 대한 토론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 향후 비대위 체제냐 조기 전당대회냐를 두고 내부 의견이 갈릴 경우 책임당원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당 시스템상 책임당원 상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당을 소용돌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원을 계획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사실상 당을 쪼개는 행위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실제로 이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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