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아베 조문 위해 도쿄행..푸틴 "자질 탁월, 훌륭한 사람"

박소영 2022. 7. 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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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선거 유세 도중 전직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한 가운데 미국은 가장 먼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보내는 도쿄 조문 일정을 발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8일 오후 사고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노상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국무장관, 일정 변경해 11일 도쿄 조문

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아시아에 체류 중인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베 전 총리 조문을 위해 일정을 바꿔 11일 도쿄를 방문한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조의를 전달하고 일본 고위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라면서 "미·일 동맹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9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한 후 10일 태국 방콕을 방문하고 귀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면서 급하게 일본 행을 결정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장관으로 일본에 직접 조문오는 이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처음이다.

블링컨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해 "혁신적인 지도자이자 정치가였고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분"이라며 "아베 전 총리는 미국과 일본 양국의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美 대통령, 백악관 등에 조기 게양 지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지난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애도하기 위한 조기가 게양돼 있다. 뉴스1


앞서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빈소가 마련된 워싱턴DC의 도미타 코지 주미 일본 대사관저를 찾아 조문했다. 그는 조문록에 "바이든 가족과 모든 미국인을 대신해 아베 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진심 어린 조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를 기리는 존경의 표시"라면서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부기관에 10일 일몰 때까지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014년 11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PEC 회의와 별도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과 관계가 불편한 러시아도 조의를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유족에게 보내는 조전에 "아베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탁월한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 훌륭한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는 최소 1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장례식에 참석하진 않을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조전을 보내는 동시에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냈다. 조전에서 시 주석은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면서 "나는 그가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 집권 2기(2012∼2020) 때 시 주석과 아베 전 총리가 최소 9차례 만났다.

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등도 애도를 표했다.


외신, 아베 긍정평가…WP "韓 반응은 복합적"

위안부 기림의 날인 지난 2019년 8월 14일 경기 김포시 한강시민공원 소녀상에서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제1400회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녀상에서 'NO 아베'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주요 외신은 아베 전 총리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사설을 통해 "아베 전 총리는 세계 무대에서 일본의 위상을 회복시키고, 경제(아베노믹스)와 외교(미·일·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쿼드' 설립 기여)에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면서 "그의 이름은 일본을 넘어 멀리까지 남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최장수(3188일 재직) 총리인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영향력이 여전했다"면서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역사에서 가장 변혁적인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세기 초반 군국주의 일본을 겪은 한국과 중국의 반응을 전했다. WP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공언했지만, 다른 아시아 지도자들보다 몇 시간 늦게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시진핑 주석은 사망 다음 날 조전을 보냈다고 했다. 매체는 그 배경에 대해 아베 전 총리가 2차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역사적 마찰로 인해 한국·중국과 관계를 오랫동안 경색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와 한국과 관계는 더 복잡하다"며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노동에 사용한 정도를 경시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시사한 점이 한국은 물론 북한에서 격렬한 비난을 일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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