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쏘는 자가 이기는 것"..'게임 체인저' 극초음속 무기 경쟁

황수미 2022. 7. 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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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이 바렌츠해의 유도미사일 호위함 '고르슈코프 제독함'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세계 각국의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뜨겁다.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무기가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발사체 시험 발사에 연이어 성공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뒤늦게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에서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한 나라가 됐다. 이렇다 보니 무기 경쟁이 과열되며 일각에서는 오판과 보복 공격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극초음속 무기는 군사 안보 질서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도 불린다. 최대 속도가 마하 5(음속의 5배)를 넘을 정도로 워낙 빠르고, 저고도로 날 수 있어 현재 미사일 방어 체계로 요격이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편의 반격이 두려워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인 억지력도 핵무기 못지않다.

이 때문에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배치 등에 대한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10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이러한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지난 5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쟁에서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한 나라가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지방군사령부는 러시아 전투기에서 발사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3발이 관광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마하 20의 '아반가르드' 미사일 등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8일 러시아 국방부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을 시험 발사해 약 1000㎞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중국 서북공업대 연구진이 극초음속 항공기 '페이톈 1'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진=SCMP 캡처]

중국은 이미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을 실전 배치했고, CH-AS-X-13라 불리는 대함 미사일 배치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SCMP는 전날 중국 서북공업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발사체 페이톈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발사체에는 로켓에 공기흡입식 엔진을 결합하는 기술이 사용됐다. 공기흡입식 엔진은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로 연료를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극초음속 발사체보다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고 저공비행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자체 힘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까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국은 최근에서야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 5월14일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에서 전략폭격기 B-52H가 AGM-183A 공중발사 신속대응 무기(ARRW)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마하 20의 'AGM-183A ARRW'는 미국이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최초의 극초음속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북한마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주장하는 등 극초음속 무기를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의 주된 이유는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SCMP에 따르면 미국 랜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티모시 히스는 "현재 이를 막을 방어 체계가 없어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를 억지하고자 자신들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맬컴 데이비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박사는 "우리는 극초음속 무기 경쟁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다"며 "극초음속의 경우 선제공격의 싸움이 될 수 있다. 먼저 쏘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극초음속 무기의 확산이 현대전의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이 보복 공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격추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오판으로 발사되면 이를 방어하는 나라들의 보복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모시 히스는 "중국과 미국, 그 동맹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두가 긴장 완화와 위기관리 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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