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지갑만 턴다"..尹정부, 15년 묵은 소득세 손보나

손해용, 정진호 2022. 7. 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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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근로자 월급에서 다달이 떼가는 근로소득세는 ‘소리 없는 증세’로 불린다.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줄어도, 명목임금이 높아진 만큼 내야 하는 근로소득세가 늘어나서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의 실질적 세부담이 해마다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중산층·서민의 세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기획재정부ㆍ국세청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은 8단계 과세표준 구간을 두고 6∼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1200만원 이하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 ▶1억5000만원 이하 35% ▶3억원 이하 38% ▶ 5억원 이하 40% ▶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를 부과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는 2008년부터 적용한 4단계 과표구간 체계의 기본 틀을 사실상 15년째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8800만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소폭 내리고 고소득층의 과표구간을 세분화해 세율을 높였지만, 서민ㆍ중산층이 다수 포진하는 8800만원 이하 구간은 2010년 이후 그대로다.

예컨대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물가는 25.3% 올랐다. 2010년에 소득세 과표(근로소득금액에서 각종 공제금액을 제외한 금액)가 4000만원인 근로자 A와 올해 소득세 과표가 5012만원인 근로자 B의 물가를 감안한 실질 과표는 같다는 의미다. 하지만 내야 하는 근로소득세는 각각 492만원과 680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B의 경우 명목 과표가 늘어나 A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과세표준과 세율은 15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본 인적공제만 가정할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근소세는 2008년에 월평균 19만9740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42만2540원이었다. 연평균 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전 월 급여 상승률은 연평균 2.8%에 그쳤다. 근소세 증가율이 임금상승률의 배 이상 높았다.

물론 세금의 증가 정도는 결혼이나 자녀 유무 등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을 내용이 사람마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오래할 수록 과표 구간이 상향 조정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직장인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과표 구간 상향 조정해야"


정부에서 거둬들인 근소세도 많이 늘었다. 기재부의 ‘2021 회계연도 총세입ㆍ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근소세수는 47조 2000억원으로 2017년 34조원에서 13조 2000억원(38.9%)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 문재인 정부 4년간 연평균 10%씩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총국세는 29.6% 증가했고 종합소득세는 오히려 0.1% 감소했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가 봉이냐”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물가연동 소득세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물가 상승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일정 공식으로 세금 산출에 자동 반영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현행 근소세 과표는) 물가ㆍ임금상승 같은 최근 경제상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세제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경제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과표구간 상향조정 같은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다만 과표구간 상향 조정은 면세자 증가 및 과세기반 축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과세 및 감면제도 조정 등을 통해 면세자 비중을 정비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개선 검토. 다만 전면 개편은 어려워"


정부도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산층·서민층의 물가 상승에 따른 근소세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의 미세 조정이 거론된다. 다만 제도의 큰 틀을 흔드는 전면적인 개편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근소세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고,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근소세 면세자 비율은 37.2%로 미국(31.5%ㆍ2019년)ㆍ일본(15.1%ㆍ2020년) 등 주요국보다 높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과 실질임금 감소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서민·중산층의 소득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물가연동 소득세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선 "이를 제대로 적용하려면 각종 공제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데, 조세저항이 심할 것"이라며 "중장기 과제로 살펴봐야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정진호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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