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 인도 총리

박성우 2022. 7.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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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견제 일본·인도 관계 강화.. 아베 이후 러시아 두고 새 국면 맞이해

[박성우 기자]

 나헨드라 모디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우리의 깊은 존경의 표시로, 2022년 7월 9일 하루 동안 국가 애도의 날로 삼을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국가적으로 애도할 사안으로 취급했다.
ⓒ Narendra Modi twitter
 

지난 8일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불의의 습격을 당해 향년 67세로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세계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그런데 세계 각국 정상들의 조의 속에서도 특별한 조의를 표한 인물이 있다. 바로 나헨드라 모디 인도 총리다. 모디 총리는 피습 소식이 전해진 후 아베 전 총리의 비극에 대해 10시간 동안 10여 개의 트윗을 연이어 올렸다. 그는 총리실 누리집에도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10장과 함께 "내 친구 아베"라는 제목의 4000자 분량 추도문을 기재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우리의 깊은 존경의 표시로 2022년 7월 9일 하루 동안 국가 애도의 날로 삼을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국가적으로 애도할 사안으로 취급했다. 자국의 전직 총리도 아닌 타국의 전직 총리의 죽음을 국가적으로 애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모디 총리의 각별한 조의 표시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6년 9월 취임한 아베 전 총리는 취임 이틀 후 일본의 '인도 센터 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일본과 인도는 아시아 역사의 새 장을 열 힘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 지병을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하기 한 달 전에도 인도를 국빈 방문해 "일본이 인도를 파트너이자 친구로 재발견했다"며 외국 정상으로는 두 번째로 인도 의회에서 연설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의회 연설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대화'를 제안했다. 이는 '다이아몬드 동맹'을 거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내세우는 쿼드(Quad)의 창설로 이어졌다. 이처럼 아베 전 총리는 인도와의 관계에 매우 공을 들인 인물이다. 인도의 국회의원이자 전 UN 사무차장인 샤시 타루르는 피습 이후 인도 매체 NDTV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 이전까지 일본은 인도를 중요시하지 않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대중국 견제 위해 인도와의 군사협력 강화한 아베 전 총리
 
 지난 5월 24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만난 나헨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습.?
ⓒ 인도 총리실 누리집 갈무리
 
아베 전 총리 이전 일본과 인도의 관계는 경제 협력 위주였으나 아베 전 총리는 대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의 군사·전략적 협력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 2008년 아베 전 총리는 안보협력에 관한 공동성명 및 일본·인도 합동 군사훈련 실시 위한 합의 등 인도와 다양한 군사·안보적 합의를 체결했다.

이후 2014년 모디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양국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무기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군사 무기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에는 무기 기술 이전과 군사기밀 보호에 관한 두 협정에 합의했고, 같은 해 아베 전 총리는 인도에 방문해 '일본·인도 비전 2025'을 발표함으로써 군사방위 협력을 가속화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인도와 일본의 군사·전략적 협력 관계 강화 행보는 양국의 합동훈련에서도 알 수 있다. 2007년 일본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합동 해군훈련인 '말라바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말라바 훈련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을 지니고 있는 훈련이다. 

2007년 일본이 참가함으로써 처음으로 인도양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후 2015년부터 일본은 말라바 훈련의 정식 참가국으로 매해 참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인도와 일본 양국 간 첫 합동 해상훈련을 시행하는 등 양국 해군 간의 신뢰 및 작전수행 능력 상승을 도모하고 있다.

해군뿐만이 아니다. 2018년 10월에는 인도 서부 벵갈 지역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와 인도 공군 간의 첫 합동훈련이 실시되었고 2019년 10월에는 인도 북동부 미조람 주에서 최초로 두 국가 육군 간의 합동 군사훈련도 진행되었다. 이처럼 아베 전 총리 이후 일본은 인도와 함께 대중국 견제용 군사안보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증진해나갔다.

러시아라는 변수... 향후 양국 관계의 행방은

아베 전 총리의 죽음 이후 양국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지난 3월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인도를 방문, 모디 총리를 만났다. 해당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인도에 5년간 5조 엔(약 47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양국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데 동의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주장하는 대러 제재에 모디 총리는 불참 의사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권위주의 블록 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블록 국가들의 적대국으로 기정사실화됐지만 러시아와의 안보·경제 협력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인도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적대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취임 이후 중국이라는 공통의 적 앞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온 양국이지만 러시아라는 새로운 국면 앞에 양국이 과연 어떤 행보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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