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헤벌레 웃는다...'송승헌 눈썹' 백두산호랑이 내밀한 비밀 [영상]

왕준열, 황수빈, 이세영 2022. 7. 10.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사는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가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왕준열PD


이 무서운 맹수 호랑이를 관찰해보면 가끔 헤벌레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한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조하세요


시베리아에 살지 않는 시베리아호랑이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입니다. 호랑이 9개 아종 중 6개 아종(시베리아호랑이·벵갈호랑이·인도차이나호랑이·수마트라호랑이·말레이호랑이·아모이호랑이)이 현존합니다. 3개 아종(발리호랑이·자바호랑이·카스피호랑이)은 멸종됐습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백두산호랑이, 한국호랑이, 아무르호랑이로도 불립니다. 사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시베리아에 살지 않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사는 시베리아 호랑이 백두가 입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이세영PD

시베리아 호랑이 종의 가장 큰 특징은 목덜미에 난 털입니다. 수사자의 갈퀴와 비슷하게 다른 털보다 길게 자랍니다. 목덜미에 난 털은 겨울철에 체온 손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호랑이 귀를 뒤에서 보면 까만색 털과 흰색 털이 섞여 있는데 이걸 ‘인식점’이라고 합니다. 마치 눈처럼 생겨서 천적의 후방 기습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발바닥에는 크고 두꺼운 패드 역할을 하는 게 있어서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줄여 줍니다. 덕분에 먹이에 몰래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 발바닥엔 냄새샘이 있어서 영역 표시를 할 때 사용합니다.

긴 꼬리는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기분을 드러낼 때도 사용됩니다. 꼬리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집중하거나 예민할 때는 낚시꾼들이 찌를 치듯이 위아래로 ‘탁탁’ 칩니다. 이럴 때는 호랑이가 사나운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호랑이 무늬는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납니다. 털을 깎아도 털 무늬 그대로 피부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습니다. 호랑이 뺨 쪽에 난 흰색 수염은 새로운 걸 발견했을 때 앞뒤로 움직이며 탐색할 때 사용합니다.

공놀이 하는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 왕준열PD

서울대공원 맹수사에는 시베리아 호랑이(백두산 호랑이) 11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중 수컷 호랑이 ‘백두’와 ‘태백’이는 2018년 5월에 태어난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입니다. 두 호랑이의 엄마인 ‘펜자’는 2011년 5월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기증했습니다. 아빠 호랑이 조셉은 ‘국제 호랑이 혈통서’에 등록돼 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개체마다 털 무늬가 다 다릅니다. 백두는 호기심이 많고 용맹하며 윗눈썹 한 줄이 배우 송승헌 처럼 진한 게 특징입니다. 태백이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에 양쪽 눈썹은 쌍따옴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5살이 된 백두와 태백이를 포함해 총 11마리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돌보고 있는 박범준 사육사를 지난달 만났습니다.

서울대공원 박범준 사육사. 이세영PD

Q : 호랑이는 태어날 때부터 무늬가 있나요?
A : 정말 신기하게도 새끼 호랑이도 무늬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호랑이 털을 밀어도 안에는 딱 저 모양대로 피부에 문신이 돼 있는 것처럼 검은색 자국이 있어요. 사람 지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사람 지문처럼 호랑이마다 무늬가 다르고 왼쪽, 오른쪽 무늬도 대칭이 아니에요.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살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 백두(앞), 태백(뒤). 이세영PD

Q : 호랑이가 사람을 반길 때 하는 행동은?
A : 호랑이도 사람을 보고 반가워하는 듯한 행동을 합니다. ‘프루스텐(Prusten)’이라고 목을 긁는 소리인데 “푸르르 푸르르” 이런 소리를 통해서 사육사를 반겨줍니다. (프루스텐을 들으면) 제가 호랑이랑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느낌이 들고, 제가 호랑이들이 밤새 잘 있었는지 궁금한 것처럼 ‘얘도 궁금했구나’ ‘얘도 날 반기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사는 시베리아 호랑이 백두가 플레멘 행동을 하고 있다. 왕준열PD

Q : 호랑이가 웃는 듯 행동하는 건 왜 그런 거예요?
A : 저 행동은 플레멘(Flehmen) 행동이라고 암컷 냄새를 맡고 나서 보이는 고유의 행동이에요. 저걸 보고 관람객분들은 ‘호랑이가 웃는다’ 이렇게 되게 많이 생각하시는데 사람이 보기엔 웃는 표정 같지만 사실은 번식 행동 중 하나입니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흰수염 한 가닥. 왕준열PD

Q : 호랑이 수염이 귀하다고 하던데?
A : 호랑이 수염을 사람들이 되게 갖고 싶어 해요. 약간 금전적인 것과 행운 부적 같은 효과를 지닌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호랑이 수염은 사실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호랑이가 털갈이하는 것보다 더 드물게 가끔 하나씩 떨어뜨리는데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저희가 되게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하나씩 줍게 돼요.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고 있다. 왕준열PD


왕준열·황수빈·이세영 PD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