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계 이끈 아베, 정치권·기시다 정권 운영에 영향 불가피

정현진 2022. 7. 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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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 정계를 이끌어온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망하면서 집권 자민당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국정 운영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지 외신들이 보도했다.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을 이끄는 수장이자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그의 죽음이 정치권에 가져올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일본에서는 예정대로 참의원(상원) 선거가 진행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헌 세력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요건인 3분의 2수준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해 선거는 물론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옛 호소다파·94명)를 이끌어왔다. 현재 자민당 내에는 아베파에 이어 아소파, 모테기파, 기시다파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해 11월 아베파의 수장으로 다시 복귀했으며 자민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아베파 정치자금모임을 열었는데 당시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마치 전당대회가 열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 조차 아베파 모임에 참석해 "아베파는 우리 당의 가장 크고 강한 정책 집단"이라면서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최대 정책 집단으로서 기시다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안심하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8일 "그는 헌정 사상 최장수 재임 총리였던 것을 바탕으로 퇴임 이후에도 자민당 내에서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회장으로서 큰 영향력을 유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9일 "아베 전 총리의 위상은 정치권에서도 두드러졌던 만큼 향후 정권 운영에 미칠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아베 전 총리가 총리를 맡는 동안 선거에서 자민당 의원들을 다수 당선시켰으며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어온 만큼 집권 여당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벌에서 관방장관, 경제산업상, 방위상, 총무회장, 국회대책위원장 등 정부 여당의 핵심 요직에 인재들을 보냈고 기시다 총리도 큰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아베 전 총리에게 상담을 빼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자민당 아베파에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파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정리돼 왔는데 현재 후계자는 없다"면서 "최대 계파가 불안정해지면 당내 역학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지통신은 "아베파 내에 총재 후보 등이 없어 최대 파벌이 동요하면 총재가 참의원 선거 이후 검토할 내각 인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했다. 그의 평생 과업이었던 개헌부터 대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까지 일본의 외교·경제 정책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추후 논의 과정과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는 "연말에 국가안보전략 등 3개 문건의 개정을 앞두고 있다. 참의원 선거 이후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논의 행방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한 자민당 간부가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가 노선 차이가 있어 지적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아베 전 총리가 있어 마무리가 잘 됐다. 방위비나 재정정책을 둘러싸고는 당내가 혼란스러울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개헌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의견들이 나온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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