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기다리세요"..중고 2500만원 '롤렉스벅' 줄서도 못산다

김민상 2022. 7.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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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 면세점에서 안내한 로렉스 서브마리너 가격. 판매 가격은 1만100 스위스 프랑(약 1364만원)으로 표기됐다. 김민상 기자


이른바 ‘롤렉스벅(롤렉스+스타벅스)’으로 불리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제품이 현지에서 국내 중고 가격의 절반에 판매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명품 시계의 중고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17일 스위스 취리히공항과 인터라켄 두 지역의 롤렉스 매장을 찾아 ‘서브마리너’ 가격을 문의했다. 초록색과 검은색으로 조합돼 스타벅스 시계로 알려진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중고 가격이 더욱 뛰는 제품이다. 가게 점원은 종이로 된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개당 1만100스위스프랑이라고 1364만원)이라고 안내했다.


초록·검정 조합에 ‘스타벅스 시계’로


점원은 “(지금은 제품이 없어) 위시리스트라는 고객 명단에 올려 줄 수 있다”면서도 “서브마리너를 사려면 5~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 점원은 “위시리스트에 올라도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을 받은 뒤 방문해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바로바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인근 주민 위주로 팔리니 차라리 한국 매장에 가는 게 낫다”고 안내했다.

이어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 마련된 롤렉스 매장에 가봤다. 국내 매장은 입장부터 제한이 있었다. 매장 직원은 “오전 10시부터 10시 25분 사이에 대기한 고객만 순서대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장 내 안내판에는 ‘정문 외곽에 텐트 설치 금지’라는 문구가 빨간색으로 적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 마련된 롤렉스 매장 내 안내문. 김민상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주변 시계 전문 매장들을 찾으니 한 상인은 “롤렉스 잠실점은 오전 7시부터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며 “롤렉스 시계는 고객이 고르는 게 아니라 그날 매장에 어떤 물건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계가 사람을 고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시계라 불리는 롤렉스 서브 마리너는 최근 한국의 온라인 중고 상점에 25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시계 전문 상인은 “2500만원도 최근 들어 가격이 내려간 편”이라며 “코로나19로 스위스 공장 문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데다 해외 여행 규제로 물건이 다양하게 나오는 매장을 못 가면서 국내 중고 가격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중고 명품 시계 가격 내릴 것” 전망도


다만 최근 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면서 명품 시계 중고 가격은 당분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롤렉스 데이토나 블랙 다이얼 제품을 예로 들면서, 실제 가격은 1만2400달러(약 1600만원)이지만 2022년 최고 4만8700달러(약 6300만원)에 거래되던 중고 가격이 최근 4만4500달러(약 5200만원)으로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로 돈을 번) 친구들은 더는 롤렉스를 살 여력이 없다’는 제목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1월 이후 약 70% 떨어진 상태인 데다 높은 금리와 중국‧러시아발 구매 감소도 중고 가격 하락에 영향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루이비통·에르메스·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가진 법인들의 코로나19 이후인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롤렉스의 한국 법인 한국로렉스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매출 2504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1년(721억원)에 비하면 3.5배 증가한 규모다.

경민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 명품 수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소비력이 높은 40대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 시장 명품 매출 증가 폭은 둔화하겠지만 수요는 유지돼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 위치한 롤렉스 매장. 롤렉스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김민상 기자

스위스=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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