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김혜수 틀렸다? '6호시설'서 보니

이병준 2022. 7. 10.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가정법원 판사로 나오는 심은석(김혜수 분)은 범죄에 가담한 6호 처분 시설 아동들에게 판결을 내리며 당부한다. 소년 범죄는 사회적 실패의 결과라는, 보호자와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대사였다. 판결이 끝나고, 카메라는 법정에 앉은 침통한 표정의 보호자들을 비춘다.

하지만 현실이 드라마보다 잔혹할 때도 있다. "아이의 재판에 오지 않거나 ‘우리 아이가 사회에, 집으로 안 오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6호 시설 종사자들은 전했다. 아동보호치료시설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드라마에선 살인을 한 부잣집 아이에게 고급 변호사가 붙는데,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런 아이들은 시설에 없다. 여기 있는 건 누구에게도 ‘변호’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살인죄로 법정에 선 인물인 한예은(황현정 분). 사진 넷플릭스

6호는 돌아갈 곳이 없는 소년에게 주로 내려지는 보호 처분이다. 소년법상 소년에 대한 보호 처분은 1~10호로 나뉘어지는데, 6호는 소년분류심사 기준상 비행 정도가 낮고 개선 가능성이 있으며,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의 소년에게 내려진다. 이 처분을 받은 소년은 민간 시설에서 6개월~1년 간 머물게 된다. 소년을 가정 등으로 돌려보내는 1호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8~10호 처분과는 대비된다. 6호 시설은 전국에 11곳이 있고, 이 중 8곳이 아동보호치료시설로 지정돼 있다. 기자는 최근 6호 시설 두 곳에서 일하는 직원 네 명과 함께 대담 인터뷰를 진행했다.


6호 처분 늘었는데…시설은 운영난 '허덕'


6호 처분을 받은 소년은 느는 추세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6호 처분을 받은 소년은 2010년 1057명에서 2020년 161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호 처분을 받은 소년 수는 오히려 감소했고, 전체 보호 처분 중 6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서 6.3%로 늘었다.

하지만 시설 수와 인력·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대부분 시설은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십 년 간 관련 시설에서 일해 온 백모 씨는 “요즘은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정신과 약을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부모나 본인이 거부하면 약을 먹일 수가 없다”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특화해 돌볼 인력이 없다”고 했다.

한 아동보호치료시설의 장을 맡았던 오모 씨는 “시설엔 임상 상담사 단 한 명이 배치된다. 아동 보호 기능만 하고 치료 기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아동보호치료시설은 일반 아동복지시설과 인력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김씨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을 민간 시설에 맡기고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재원과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 출발 기회 줘야"


서울가정법원 전경. 사진 서울가정법원
소년범죄 처벌 강화 주장에 대해선 ‘아이들에게 새로 출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단호히 반대했다. 백씨는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하지만 아이들의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엄벌에 처하면 결국 아이를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씨는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언제까지 가둬놓을 수는 없다. 처벌만 하고 사회화를 하지 않는다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더 생기고 사회적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박모 씨는 “우리 아이들은 가해자다. 처음엔 피해자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 그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역시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10명, 아니 100명 중에 한 아이라도 변화한다면 이 일을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양심을 심어준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판단의 기로에 설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촉법소년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