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임신부의 다인용차선 질주..딱지 끊기자 그녀가 가리킨 곳

낙태권 운동가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4일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려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시켰다. [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홀로 운전하던 임신부가 다인용 차선에서 교통 딱지를 끊기자 태아도 사람이라며 범칙금 납부를 거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 브랜디 보튼(32)은 지난달 29일 텍사스주 댈러스 센트럴 고속도로에서 교통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이 고속도로 2인 이상 탑승 차량만 다닐 수 있는 다인 탑승차량(HOV) 차선이다.

검문 경찰은 다른 사람이 같이 타고 있냐고 물었고, 보튼은 “두 명이 타고 있다”며 자신의 배를 가리킨 뒤 “바로 여기에 여자아이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당시 임신 34주 차였다.

텍사스는 형법상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지만 교통 법규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튼은 교통경찰의 HOV 차선 규정 위반 판단에 따라 결국 215달러의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다.

보튼은 이달 예정된 법원 심리 때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4일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임신 24주까지 낙태권을 보장해온 기존 판례를 파기하고 주(州)의 결정 권한으로 넘겼다.

보튼의 사건은 미 전역이 낙태권 논란으로 들끓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보튼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낙태 옹호론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러 HOV 차선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태아도 사람이라는 소신에 따른 행동이라는 게 보튼의 설명이다. 보튼은 “내가 HOV 차선에 뛰어든 것은 연방대법원 판결 때문이 아니었다”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