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친윤' 없애자" 조해진의 경고 [스팟인터뷰]

최민지 2022.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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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간 잠재돼있던 당내 갈등의 불씨가 이준석 대표의 징계(8일)를 기점으로 본격 점화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징계를 둘러싼 논란을 친윤계와 비친윤계 간 대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대표가 윤리위원회 배후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그룹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런 당의 혼란에 대해 조해진 의원(3선)은 7·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계파 갈등은 당을 사지로 몰아가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비윤, 반윤 세력을 전제로 한 친윤이란 단어조차 쓰면 안 된다”는 글을 올려 당 내홍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 공천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조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이른바 ‘진박’ 논란이 일며 공천에서 컷오프 된 계파 갈등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Q : ‘친윤’이란 단어도 쓰면 안 된다는 글을 올린 계기는.
A : “과거 경험에서 우러나온 걱정 때문이다. 친윤은 반윤이나 비윤 세력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마치 윤 대통령이 일부 친윤 세력의 지지만 받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대통령에게 결례다. 정말로 윤 대통령이 잘 못해서 당내에 비윤이나 반윤 세력이 생기기라도 하면, 최악의 경우 분당 등으로 인한 흑역사를 또 다시 쓸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새누리당도 그랬다.”

Q : 새누리당에서 진박 논란이 일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아직은 윤 대통령이 집권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계파 구분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친윤’이라는 용어 자체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당이 과오를 재현할 소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도 초기엔 모두 친박밖에 없었다. 그러나 친박 핵심 권력 내부에서부터 편 가르기가 시작됐고 급기야는 당 전체가 친박, 비박, 반박으로 나뉘더니 공천에 실패했다. 이게 총선 참패, 탄핵까지 이어졌다.”

Q : 이 대표의 주장처럼 이 대표를 비토하는 특정 세력이 있다고 느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사이를 갈라놓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나는 이 대표도 친윤 인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잘 지내고 싶고, 당 대표로서 대통령을 도와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젊고 개성 있는 당 대표를 우리 중진 의원들이 다독이고 끌어안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Q : 구조적 문제라 함은.
A : “당의 정치력이 그만큼 빈곤하다는 얘기다. 포용과 이해, 상호 존중, 허심탄회한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정치력이다. 정치력이 없으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증폭하는 쪽으로 모든 논의가 흘러간다. 정치력의 빈곤은 비단 이 대표의 징계 문제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당정 협의, 여야 협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Q : 이 대표 징계 이전엔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공부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도 계파 논란을 빚었다.
A : “그래서 내가 민들레에 들어간 거다. 어떤 모임이든 친윤으로 분류되면 안 된다. 당을 심각한 위기 상태로 몰아가는 시작점이 된다. 나 역시 윤핵관은 아니지만 친윤이다. 내가 민들레에 들어가서 보수정권을 수렁에 빠뜨렸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 장 의원이 주도한 미래혁신포럼에도 의원들이 몰렸다.
A : “문제가 있는 흐름이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계파끼리 모이는 분위기가 한번 형성되면 일파만파 퍼진다. 나중에 당이 망할 때까지 계파가 유지된다. 그래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정권 초기에 웬만한 모임은 다 가려고 한다. 거기서 중심 잡는 평형수 역할을 하는 게 나 같은 중진들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본다.”

Q : 이 대표가 징계를 받으면서 이 대표가 발족한 혁신위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시각도 있다.
A : “이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들 혁신위에 힘이 되는 건 아니다. 혁신위의 추동력은 오로지 당원과 국민들이 공감할 당의 개혁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 때 혁신위가 ‘이준석의 사조직’이라는 오해도 있었는데, 막상 혁신위원 중엔 이 대표가 추천한 사람도 없다.”

Q : 혁신위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나.
A : “6일 세 번째 회의를 열었다. 14명의 혁신위원이, 각자가 생각하는 당의 문제점과 혁신 과제를 내놨고 이를 정리 중이다. 혁신위는 향후 ▶민생을 우선하는 정당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인재를 키워내는 정당 등 3개 소위원회로 나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당 안팎의 의견도 듣는다. 원내 의원과 당협위원장,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전문가 공청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Q : 혁신위에서 이 대표의 징계에 관한 의견 교환도 있었나.
A : “이번 사태를 통해 윤리위가 당 대표 징계를 언급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이 입증되지 않았나. 그래서 윤리위의 권한을 격상시켜 당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을 제대로 감시·감독할 수 있는 권위 있는 분을 윤리위원으로 모셔야 한다는 취지다. 개인적으로는 전직 대법관 수준의 분이 윤리위원장으로 오시면 좋을 것 같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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