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외교, 우크라·대만 평행선..갈등 관리 필요성만 공감

전웅빈 2022. 7. 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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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5시간에 걸쳐 양자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비판했고, 왕이 부장은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왜곡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대부분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렸지만, 긴장과 갈등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설정하는 데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 관해 설명하며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연계를 우려한다. 명백한 침략자가 존재하는 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러시아의 허위·과장 선전을 증폭시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까지 했다”며 “중국은 잔혹한 침공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국이 중립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관세, 무역, 인권, 대만, 남중국해 분쟁 등 여러 논쟁적인 현안을 논의했다”며 “이들 현안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 때문에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인 언행에 대한 미국의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며 “대만해협 전체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왕 부장은 “미국의 대중 정책 중 일부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를 방치하면 미국의 대중 정책은 막다른 골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는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하나의 중국’ 정책 왜곡과 대만 문제에 대한 살라미 전술을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왕 부장은 또 “미국은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패거리를 만들어 소울타리를 만드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내정간섭을 중단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중 추가 관세도 조속히 철폐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일방적 제재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양국 간 충돌을 막는 가드레일’을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발언 중 수정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국 관련 법안, 양국이 협력할 8개 영역 등을 열거한 4개 리스트를 미국에 건넸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양국 정상 합의를 이행할 채널을 만들고, 각 영역에서의 교류를 조율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가드레일 설정을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려 했지만, 저항에 부딪혔다”며 “외교 정책 분석가들은 미국의 최근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중은 주요 사안에 대해 평행선을 달렸지만, 갈등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한 것으로 평가됐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오늘 논의가 유용하고 건설적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 채널이 계속 열려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양측은 이번 대화가 실질적이고 건설적이며, 향후 고위급 교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만남은 지난 6월 이후 다섯 번째 고위급 양자 교류”라며 “양국 정부는 관계를 개선하지는 않더라도 안정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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