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다"..쥐도새도 모르게 전차 깨부수는 韓드론 나왔다 [김민석의 배틀그라운드]
미국·이스라엘보다 훨씬 앞선 동축로터형 드론 150m 상공에선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안 들려
군집비행하다 집단 공격, 통신중계에 영상촬영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 초소형 폭탄 3발 장착
100㎞ 날아가 15m 표적에 명중 활공유도포탄
이라크전 활약한 정전탄 20여년만에 완성 단계
“소리도 없이 날아가 적 전차를 쥐도 새도 모르게 깨부숴요.”
국내 최대이자 유일한 탄약 제조 방산업체 풍산이 개발한 동축로터형 개인휴대 전투드론(PCD: Portable Combat Drone)이다. 풍산이 국내 최초로 최근 개발한 동축로터형 PCD는 150m 상공에서 3㎏의 공격모듈을 달고 날아가다가 적 전차, 밀집병력 둥 표적을 확인하면 원거리 자폭, 전차에 직접 충돌, 폭탄 투하 등 공격을 즉각 수행할 수 있다.
동축로터형 드론은 일반적인 회전익 멀티콥터형 드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반 드론은 4개 이상의 모터와 프로펠러를 수평으로 넓게 장치해 비행한다. 반면 동축로터형 드론은 원통형 탑재체인 몸통에 프로펠러 2개를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장치한다. 프로펠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전기로 구동하는 동축로터형 PCD는 특성상 멀티콥터형 일반 드론보다 비행효율이 높아 프로펠러 회전수가 낮고 소음도 훨씬 적다. 동축로터형 드론은 수직으로 서서 비행기 때문에 150m 상공에 떠 있으면 지상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드론은 강력한 배터리를 사용해 일반 드론보다 탄약 등 임무장비를 3~8배까지 탑재한다.
동축로터형 개인휴대 전투드론(PCD)
육군 아미타이거에서 시연
풍산 방산기술연구원이 지난달 육군 아미타이거 전투시범여단 선포식 시연회에서 공개한 PCD의 공격용 모듈은 전차·장갑차와 미사일 발사 파괴, 밀집대형 공격까지 가능하다. 전장 상황에 따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PCD 전투지원용 모듈로는 전자광학을 활용한 감시정찰, 통신중계, 연막탄 및 조명탄 투하용 등이 개발돼 있다. 전장에서 각종 임무 모듈을 장착하고 실제 비행까지 수 분 안에 가능하다. 탄약 투하나 전투지원용 모듈은 지속적인 재사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항공기와 선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모듈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PCD는 군집비행도 가능하다. 4대 이상이 함께 비행하다 PCD가 보내온 현지 영상을 조작병이 확인해 표적을 지정해주면 드론이 각각 서로 다른 표적을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군집드론 가운데 1대(지휘드론)는 공격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조작병에게 보내줘 적의 피해평가를 도와준다.
GPS 재밍에 대응하는 기능도 있다. 적의 재밍이 들어오면 조작병은 항재밍에 특화된 드론을 지휘드론으로 지정하는데 이 지휘드론이 재밍을 당한 나머지 드론의 위치를 영상으로 파악해 공격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도록 도와준다. 통신 모듈 PCD는 중계기능을 수행한다. 산악지대에서 산이 가로막혀 통신이 곤란할 경우, 통신 모듈 PCD를 띄워 중계할 수 있고, 통신 범위도 확장할 수 있다고 한다.
PCD의 드론 자체 무게는 4㎏인데 폭약이나 정찰장치 등을 3㎏까지 탑재해 30분 동안 5㎞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풍산은 배터리 여러 개를 추가로 장착해 비행시간과 거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개발 중이다.
이스라엘과 미국보다 월등한 성능과 기능
동축로터형 드론은 이스라엘과 미국도 개발했지만, 풍산의 PCD가 성능과 기능면에서 몇 수 위다. 이스라엘의 파이어플라이(Firefly)는 고작 350g을 탑재해 1㎞ 가량 비행할 수 있다. 풍산 PCD가 이스라엘 파이어플라이에 비해 탑재량이 9배, 비행거리는 5배다. 미국도 동축로터형 드론인 스피릿(Sprit)을 정찰용으로 개발했지만, 공격용을 운용하기 위해 이스라엘제 파이어플라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풍산은 올 9월엔 강원도 인제 과학화훈련장(KCTC)의 시험장에서 육군 교육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하는 전투실험에 참여를 시작으로 우리 군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군이 PCD를 무장하면 우리 보병 1개 소대가 북한군 전차 소대(전차 4대)쯤은 어렵지 않게 격파할 수 있다. 중대급 드론 또는 정찰모듈이 장착된 PCD를 띄워 북한군 전차와 장갑차의 위치를 파악한 뒤, 곧바로 전차 파괴용인 폭발성형관통(EFP) 모듈을 탑재한 PCD를 띄워 공격할 수 있다. 북한군 전차 상부의 얇은 장갑 부분을 사정없이 파괴한다. 북한군이 진격해오는 주요 목진지에서 PCD를 활용해 공격하면 북한군 전차부대는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육군은 대전차 로켓과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지만, PCD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고 저렴하다. 대전차 로켓은 적 전차 코앞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대전차 로켓 병사는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는다. 강심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PCD는 소수 병력이 적 전차가 눈치를 챌 수 없는 곳에서 원격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전차 로켓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확하다.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PCD로 무장했더라면 러시아군 전차와 다연장포 부대는 맥을 추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형폭탄 3발 장착하는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AMAD: Aerial Munition Attack Drone)은 풍산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소형 공격드론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급조한 드론과 기능은 유사하지만, 성능은 훨씬 고수다. AMAD는 풍산이 2018~2024년까지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개발 중이다. 핵심기술과 모델 개발은 완료했고, 실용화단계에 있다. 최근 시연에도 성공했다.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AMAD)
AMAD의 기능은 드론 전용 초소형 폭탄 3발을 장착해 150m 상공에서 적 전차와 장갑차, 밀집 병력 등을 공격한다. 비행시간 30분에 비행거리는 5㎞이다. 적 전차를 발견하면 초소형 폭탄을 투하해 전차의 상부 장갑을 파괴하고 주변의 병력도 동시에 제압한다. 또한 공격 후에 정찰모듈의 정찰카메라가 적의 피해평가 영상을 촬영해 조작병에게 보내준다. 조작병은 영상 판독에서 전차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으면 폭탄을 1발 더 투하한다. 풍산이 최근 드론 전용으로 개발한 초소형 폭탄의 정확도는 5m 이내다. 조작병은 배낭에 AMAD를 넣고 다니다가 적 전차 또는 부대가 있으면 즉각 AMAD을 띄워 작전에 들어간다.
5.56㎜ 소총탄에서 유도포탄까지
1968년 국산 탄약 생산으로 시작한 풍산은 소총탄과 박격포탄, 구경 155㎜ 포탄 등 우리 군의 거의 모든 기본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급이다. 그러나 기본 탄약에만 머무르지 않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탄종과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상용 및 방산 매출액이 2조556억원이다. 박창선 풍산 방산기술연구원장은 “연구원 인력 150여명 가운데 87%가 연구인력”이라며 “지능형 탄약과 유도탄약 개발 등 50여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도 포에서 발사, 관측포탄
연구원이 개발한 돋보이는 신형 포탄 가운데 하나가 관측포탄(POM: Para-Observation Munition)이다. 일종의 포 발사형 드론이다. 이 포탄 속엔 카메라와 영상전송장치가 들어있다. POM은 155㎜ 자주포에서 발사돼 몇 분 이내에 적이 있는 표적지역 상공에 날아가 영상을 촬영한다. POM은 표적지역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쳐 8분 이상 비행하면서 가로×세로 각각 600m 넓이(36000㎡)의 영상을 촬영한다. 분당 20장씩 40㎞까지 전송한다. POM 포탄의 최대 사거리는 36㎞다.
이다솜 연구기획팀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당시 이 포탄이 있었더라면 더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포병이 1차로 사격한 뒤, POM을 쏴 영상을 통해 적의 피해를 평가하고 재사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6㎞ 밖의 적을 관측해 피해평가를 하려면 POM으로는 10분 정도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가면 수일이, 일반 드론은 보내도 몇 시간씩 걸린다. 하지만 그땐 전투상황이 이미 종료됐을 가능성이 크다.
포 발사형 관측포탄(POM)
POM의 핵심기술은 포탄이 발사될 때 생기는 엄청난 중력가속도(2만g, 1g=9.8㎨)와 회전(분당 1만9000회)의 충격에 카메라와 전송장치가 손상되지 않고 견디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만 이 기술을 갖고 있다. 대체로 중력가속도가 19g이면 인간의 심장이 파열된다. 풍산은 POM을 자체 개발로 2013년부터 연구 중인데 올해 완료한다. POM에 적외선 센서까지 장치하면 야간관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POM의 사거리를 54㎞까지 늘렸지만, 국내에서 시험할 장소가 없어 고민이다. 사거리를 70㎞로 늘리는 연구도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수년 전 이스라엘에서 45㎞까지 시험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 시험할 때마다 20억~3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앞으로 사거리를 70㎞로 늘릴 계획이다. 풍산측은 POM을 응용하면 포탄에 곤충형 자폭드론을 수백 개를 넣어 적진에 살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곤충형 자폭드론은 포탄을 통해 적진에 뿌려진 뒤 적군 또는 특정 시설을 인식한 뒤,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가 폭발하는 신종 드론이다.
미사일이나 다름없는 활공유도포탄
POM 기술을 활용해 최근 개발한 신형 포탄이 활공유도포탄(GGAM: Gliding Guided Artillery Munition)이다. 155㎜ 야포에서 발사하는 활공유도포탄에는 GPS(위성항법장치)와 INS(관성항법장치)가 갖춰져 있고 활공용 날개가 달려 있다. 2017년에 핵심연구를 완료했는데 100㎞를 날아가 15m 이내에 명중한다.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미 육군의 엑스칼리버(Excalibur)와 유사하다.
활공유도포탄(GGAM)
일반적으로 155㎜ 포탄 1발의 파괴력이 반경 20m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활공유도포탄 1발로 표적만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수적인 피해는 최소화된다.
이 밖에도 램제트를 이용해 포탄(155㎜ 램제트탄)의 사거리를 100㎞ 이상 연장할 계획이다. 램제트는 고속 비행으로 생기는 기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제트 엔진이다. 픙산은 또 2025년을 목표로 정전탄도 개발 중이다. 정전탄(Blackout Bomb)은 표적지역에서 터지면서 대량의 광섬유 등을 뿌려 발전소와 변전소 등에 정전 현상을 일으킨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전쟁 등에서 사용해 상대방 전투력과 지휘통제 기능을 마비시켰다.
정전탄(Blackout Bomb)
신관 하나가 모든 기능을, 다기능신관
다기능신관(MOFA: Multi-Option Fuze for Artillery)은 하나의 신관에 근접·충격·시한·충격지연 등 다양한 기능을 모아놓은 새로운 아이디어 장치다. 포탄을 쏘기 직전에 공격할 표적 종류에 맞춰 신관 기능을 세팅하는 방식이다. 근접신관 기능이란 포탄이 표적에 닿기 전에 폭발해 파편효과를 극대화한다. 충격신관 기능은 표적에 맞자마자 터지는 방식이며, 충격지연신관 기능은 건물과 같은 표적을 맞힌 뒤 벽을 뚫고 들어가 건물 안에서 포탄이 폭발하도록 지연시킨다. 이런 다양한 기능은 작전 효율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은 2년 전 완료했지만, 우리 군의 소요가 없어 독일 등 해외에 먼저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겸 논설위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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