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간부스타일"..中 청년들이 푹 빠진 '인민복 패션' 왜

김영주 2022. 7.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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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중국 지린성을 시찰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신화망 캡처]
2020년 지린성 한 농장을 시찰 중인 시진핑 주석.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3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 습지공원을 찾은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인민복을 입은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중앙DB
최근 중국 젊은 세대의 패션을 이끄는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小红书)엔 공산당 간부처럼 옷 입는 방법을 조언하는 동영상이 수백개 올라와 있다. 또 질의응답 모바일앱 지후(Jhihu)에 게시된 '(공산당) 간부 스타일 복장이란 무엇인가'라는 포스트는 페이지뷰가 700만에 달했으며, 댓글도 700여개나 달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본토에서 '간부 스타일'룩이 유행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정부나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젊은 세대의 갈망을 대변한다고 7일 보도했다.

베이징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는 캐시 야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요즘 유행하는 간부 스타일을 확인한다. 야오는 "이런 스타일이 유행한다. 나와 친구들은 올봄 코로나19 봉쇄 기간 지루해서 죽을 뻔했는데 이때 (간부 스타일) 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기간 기숙사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야오는 한때 오버사이즈 힙합 룩을 즐겨 입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흰색 셔츠와 바람막이 또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젊은 남자들의 사진을 보면 깔끔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중국 '간부 스타일' 복장의 뿌리는 깊다. 먼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로 농장을 시찰할 때 입던 검은색 또는 짙은 파란색의 지퍼가 달린 바람막이 재킷이 떠오르지만, 이는 후진타오 전 주석과 덩샤오핑 전 주석이 즐겨 입던 단추가 여러 개 달린 무채색 '인민복'에 기인한다.


中 젊은세대, 팬데믹 후 공산당 관심


이런 경향은 팬데믹 이후에 나타났다고 SCMP는 전했다. 패셔너블한 것보다는 기능적인 옷이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 이후 대중의 불안감 속에서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야오는 "부모님은 늘 공무원이 좋은 직업이라고 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무원의 안정적인 수입과 혜택, 실직 없는 삶이 장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올봄 전면 봉쇄된 상하이에서 지난 6월 2일 방호복을 입은 인부가 황푸강변 와이탄을 청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본토는 2020년 코로나19 발병 이후 도시의 상점과 음식점이 수시로 문을 닫고 수백만개의 민간 기업이 봉쇄로 잠정 폐쇄됐으며, 이로 인해 국민은 소득 감소와 실직이 일상화됐다.

상하이대 2년생 하워드 왕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삶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게 됐다"며 "이 시기에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팬데믹 기간 끼니를 걱정할 때, 국영기업에 다니는 부모 덕분에 1주일에 두세 차례 부모의 직장에서 보내주는 음식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봄 상하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약 두 달간 도시가 전면 봉쇄됐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왕은 철학을 부전공으로 삼았는데, 이는 마르크스와 사회주의를 배우는 것이 공산당원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팬데믹 이전엔 이름난 기술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했지만, 이젠 "당원이 돼 국가 과학기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최고의 진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재들이 알리바바·텐센트 등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을 뒤로하고 관료가 되기로 한 건 최근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도 한몫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자본주의의 무질서한 팽창 억제'를 명분으로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반독점법 등으로 규제를 가했다. 이후 당국은 알리바바에 182억 위안(약 3조5000억원),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퇀에 34억 위안(약 6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기술 부문의 성장 잠재력을 제한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에르난 추이 기브칼 드래고노믹스 연구원은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폭풍은 현재로선 벗어났지만, 확실히 성장 황금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코로나 봉쇄는 인민 길들이는 과정"


당국은 기술 분야 외에도 사교육과 부동산·인터넷금융 분야에도 메스를 댔는데, 이 모든 것이 과거엔 일자리를 창출의 선봉장이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사교육업체 뉴오리엔탈그룹(신둥팡)은 지난해 당국의 사교육 단속으로 직원 8만명 중 6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된 교사들은 이커머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업을 이어가려 노력 중이다.

구직 플랫폼 자오핀닷컴이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중 44%가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공무원이나 정부 산하 기관을 원한다는 답변은 26%였으며, 민간기업(17%)·외국계(13%)가 뒤를 이었다. 자오핀에 따르면 공기업·공무원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첸 다오인 전 상하이대 교수는팬데믹 기간 식량·의료 필수품 부족과 정부의 배급을 경험한 이후 구직자들은 정부 일자리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조치 이후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힘을 더 깨닫게 됐다"며 "당정 체제에 귀속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봉쇄 조치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인민을 길들이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 봉쇄 기간에 각 가정에 지원한 식료품. [연합뉴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부에 따르면 지난해 당원 수는 3.7% 증가해 사상 최대인 9671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2020~2021년 팬데믹이 경제를 강타하는 동안 480만명이 당에 가입했다.

베이징대 외교대학에 지원서를 넣은 18세의 루나 우는 공산당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기간 밤낮으로 일하는 지역 간부들에 감동했다"며 "서방의 근거 없는 (중국) 비난에 대해 자신 있게 서방을 비난할 수 있는 외교부 대변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영기업 집중이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억제하고, 민간 부문의 생산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 부분은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며, 도시 일자리의 80%를 차지한다고 SCMP는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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