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돈풀기에도 여전한 저물가의 늪' 아베노믹스는 계속될까

박병희 2022. 7.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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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8일 숨진 아베 신조 전(前) 일본 총리는 정치·군사적으로 강한 일본을 꿈꿨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으로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 도발을 금지시킨 헌법 9조를 개헌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이루고자 했으며 경제적으로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구해내고자 했다.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아베는 끝내 필생의 과업으로 삼은 개헌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아베노믹스도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나쁜 엔저'로 표현되는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는만큼 아베의 죽음이 아베노믹스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아베노믹스는 아베의 윤전기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2012년 11월19일 당시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는 당회의에서 "일본은행(BOJ)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그해 12월16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아베 총재는 제96대 일본 총리에 오르며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국가 재정 파탄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윤전기 발언을 실행에 옮기며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했다.

BOJ는 발빠르게 아베노믹스를 통화정책에 반영했다. 2013년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1%에서 2%로 상향조정하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4월 자신과 함께 아베노믹스를 실현할 파트너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역임한 구로다 하루히코를 BOJ 총재에 지명했다.

BOJ의 과감한 돈 풀기 결과는 엔화 가치는 큰폭으로 떨어졌다. 아베 전 총리가 윤전기 발언을 할 당시 달러당 79엔이었던 엔화는 9일 현재 달러당 136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달러당 엔화 가치가 72% 하락한 것이다.

달러·엔 환율 추이

엔화 가치 하락은 아베노믹스가 의도한 결과였다. 아베 전 총리의 가장 큰 목표는 일본의 물가를 끌어올려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확대와 물가 상승을 유도, 이를 통해 기업 이익을 늘리고, 기업 이익이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져 경기를 살리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엔화 풀기에도 일본 물가는 오르지 않았고 잃어버린 20년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연장됐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로 오르면서 BOJ의 통화정책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나 BOJ는 일시적인 상승으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 임금은 되레 줄었다. 물가 상승만큼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내수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나쁜 엔저에 대한 논란이 들끓고 있다. BOJ의 돈 풀기로 인한 엔화 약세가 물가만 자극하면서 경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엔화 약세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부양 조치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년여간 BOJ를 이끌며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던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8월 끝난다. 포브스 재팬은 쿠로다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4월을 기다리지 않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신의 색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엔화 약세를 추진했던 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아베는 2020년 9월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집권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인 아베파(옛 호소다파)를 이끌며 '상왕' 노릇을 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 담당상을 누르고 총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아베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에 취임한 뒤 꾸린 내각도 아베파 일색이었다.

아베는 아베파를 이끌며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당장 아베파를 무시하기는 힘들지만 향후 자신의 정치를 위한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분배를 강조하면서 성장에 방점을 찍은 아베노믹스와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기시다 총리는 이후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T&D 자산 매니지먼트의 나미오카 히로시수석 투자전략가는 아베 총재가 물러난 뒤에도 스가 요시히데 총리,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아베의 사후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인가라는 부분이 투자자에게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경제정책 불학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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