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 박영선, 몸푸는 임종석, 참는 추미애..이재명 빈틈 엿본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에도 여당 시절인 5년 전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성비위와 유죄 판결 등을 거치면서 현재 당 내에 남아 있는 ‘대선 주자급’ 정치인은 이재명 의원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야권 내 차기 대선주자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 의원의 빈틈을 엿보는 이들도 아주 없지는 않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그룹에 포함돼 있다.
이중 최근 행보가 가장 선명한 이는 박 전 장관이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은인자중하던 그는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이 의원에 대한 각을 확실하게 세우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 의원의 8·28 전당대회 출마 논란에 지난 4일 “민주당이 ‘이재명’ 논란으로 (현 정부의) 모든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지난달 25일 언론인터뷰에선 “윤석열 대통령은 당 대표를 했다고 대통령이 됐느냐.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그에게) 화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메시지도 셋 중 가장 선명하다. 박 전 장관은 최근 현 정부를 풍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의 시리즈 글을 다섯 차례 올렸다. 그는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음주운전 전력으로 논란을 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허수아비, 해바라기성 총리”라고 지적했다.
점차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박 전 장관의 행보에 당 내에선 “정치복귀를 타진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 체제에서 국회 사무총장 물망에도 올랐다. 박 전 장관이 추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될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당 내에선 나온다. 다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박 전 장관이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 4·7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여파를 한 번에 털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돌연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최근 이 의원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염치없는 행동을 보면 화가 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광주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돌아와라”며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이 의원을 겨냥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5월 11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가기도 했다. 당 내에선 “문재인 정권의 2인자로서 이 의원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수도권 재선)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의원은 “임 전 실장이 2024년 총선에 출마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전에 몸을 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로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서초을 지역위원장을 신청하며 소위 ‘무주공산’이 된 과거의 지역구 서울 중·성동갑이나, 대선주자급이 출마하는 종로가 거론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만약 이 의원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임 전 실장이 차기 주자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86그룹 용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정치 일선 복귀가 얼마나 명분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세 사람 가운데 최근 행보가 가장 흐릿한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3월 대선 패배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가까운 최민희 전 의원(당시 남양주시장 후보)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린 정도다. 추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는 “두문불출하며 독서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할 말이 많지만 일단은 참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0년 말 추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한의 대립각을 세운 이른바 ‘추·윤 갈등’의 당사자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선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당직자)이란 말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장에선 추 전 장관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사정 정국에선 당분간 자중하는 게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의원과 손잡고 이낙연 전 의원을 견제해 당 내에선 “명·추연대”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역할을 추 전 장관에게 맡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싸우는 것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추 전 장관에겐 ‘강공’만 있어 이 의원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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