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미군에 피란민 희생, 한국 정부도 책임"..대법 선고 앞두고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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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유족, 2015년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72년 전 미군 총격으로 피란민이 희생된 충북 영동 ‘노근리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책임 여부가 조만간 대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9일 노근리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1950년 피란민 수백명이 희생된 노근리 사건과 관련, 유족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오는 14일 대법원 선고로 결론이 난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미군 사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한국 정부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노근리 사건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25일~29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 쌍굴다리 부근에서 미군의 공중 폭격과 총격으로 주민 수백명이 숨진 사건이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400~500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우리 정부는 희생자 226명(사망자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해 63명), 유족 2240명을 공식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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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한국이 동의한 피란민통제 대책 문제”
노근리 사건 유족이 정부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건 2015년 5월이다. 이들은 당시 “우리 정부가 유감 표명은커녕 여태껏 배상, 보상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노근리 사건 발생 당시 사격을 가한 주체는 미군이지만 한·미 정부가 대구 임시정부청사에서 공동 결정한 ‘피란민 통제지침’에 의해 사격이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2001년 국방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7월 25일 대구 임시정부청사에서 한·미 주요 인사들이 ‘피란민대책’에 관한 첫 공식 회의를 했다. 노근리에 첫 공중 폭격(1950년 7월 26일)이 일어나기 하루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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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 인정되길 바란다” 대법원장에 청원
노근리 유족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추모기금도 우리 정부의 미비한 대처로 회수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한·미 양국 조사 결과를 근거로 2001년 추모탑 건립(118만 달러)과 장학금 지급(280만 달러) 등 위로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이 위로 대상을 한국전쟁 당시 미군 관련 모든 민간인 피해 사건으로 정하자, 노근리 유족은 “유사 사건 피해자 구제를 막을 수 있다”며 한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자 관련 예산은 2006년 11월 미국 국고로 환수됐다.
이 사건을 맡은 임재인 변호사는 “다른 과거사 사안은 부족하게나마 일부라도 배상,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특별법이 제정된 노근리 사건은 희생자나 유족 등 누구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대법원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뒤 이 사건을 고법으로 파기환송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 5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보냈다. 그는 “배상, 보상 문제가 해결될 경우 국내적으로 인권 회복과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국제적으로는 인권 보호 정신과 세계평화 확산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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