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 쌓이는 내년 최저임금..올해도 수용 안되나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두고 노사 모두 반발
지난해 고용부 장관은 "최임위 의결 존중"
인상률 산정 방식뿐 아니라 결정구조 바꿔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의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노사 대립 속에 사실상 공익위원 위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다보니 해마다 반발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는 만큼 올해도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높은 9620원으로 결정한 이후 노사의 이의제기가 쌓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고용노동부에 '2023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의제기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안 결정의 근거로 제시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온전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현재 중소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열악하고 아직 지급 여력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10일 이내에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은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그 내용을 밝혀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하고, 위원회가 재심의해 의결한 최저임금안이 제출될 때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선 안된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부터 노동계와 경영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에 이의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에 대해 "법정시한 내 처리라는 명분 아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며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시한 뒤 협상 과정에서 1만80원까지 요구수준을 낮췄으나 '1만원대 달성'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너무 높다"고 맞서는 중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5%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라고 입장을 냈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본사에 '심야할증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공통적으로 반발하는 요소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이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2.7%)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한 후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빼는 방식으로 인상률을 정했는데, 노사는 이 같은 산식 자체가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노사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정치, 이념을 배제하고 최대한 과학적으로 인상률을 도출하겠다는 게 공익위원들의 생각이지만 여러 요소 중 왜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를 통해 산식을 정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법에 정한 결정 기준은 ▲생계비 ▲노동생산성 ▲노동소득분배율 ▲유사근로자임금 등이어서 위 산식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전망치는 확정치가 아니어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인상률 산출 방식뿐 아니라 공익위원 주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의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한번도 없어서다. 지난해에도 경영계가 최저임금안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고용부는 기존 의결대로 관보에 게재했다. 당시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선을 다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점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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