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후 첫 G20 외교장관 회의,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현예슬 2022. 7. 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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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결국 공동성명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났다.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식량 위기 등에 대해 논의됐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전쟁터가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참가국에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 등 서방국 장관들이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식량 위기가 발생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다.

특히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해제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의 곡물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트노 장관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참가국은 치솟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대해 우려했다"며 "일부 G20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하고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방의 러시아 압박에 모든 회원국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회의 도중 퇴장하는 등 참가국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서 결국 공동성명을 내지 못하고 단체 사진 촬영도 없이 끝났다.

이날 또 다른 관심은 라브로프 장관에 대한 서방의 보이콧 여부였다.

미국 등 주요 서방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G20에서 러시아 퇴출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러시아의 본회의 발언에 맞춰 서방국 외교장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보이콧'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전날 열린 환영 만찬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에 항의하며 주요 7개국(G7) 장관이 전원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에게 "서방 국가들은 G20의 의무를 따르지 않고 세계 경제 사안들을 다루는 걸 방해했다"며 "(서방은) 연단에 서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옆길로 새 극도로 광분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관련 러시아 연방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오후 회의에 불참하면서 화상으로 참석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연설은 듣지 못했다.

쿨레바 장관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생존 살인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헝거 게임'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헝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는 어떤 국제무대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높은 에너지 가격과 기아, 안보에서 세계를 협박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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