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자 '공짜' 아니다.."일본이 반면교사" [잠자는 연금을 깨워라!④]

김종학 기자 2022. 7. 8.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잠자는 연금을 깨워라!④
'연금부자' 탄생의 조건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앵커>

보신 것처럼 금융회사마다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에 대비한 서비스 개편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정작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더라도 미국과 호주처럼 연금부자가 나오려면 상당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달라지는 퇴직연금 제도를 잘 안착시키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미리 투자할 상품을 지정해주는 디폴트옵션이 곧 도입됩니다만, 정작 가입은 10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라고요?

<기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상품을 쉽게 선택해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지만, 실제 제도에 가입하는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입니다.

디폴트옵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산운용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상품들, 가령 타깃데이트펀드나 밸런스펀드, SOC펀드에 대해 대표 상품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후 이를 다시 사업자 즉 기업체에게 제안해 받아들여진 판매사들만 상품을 제공할 수 있죠. 이후에 노사 대표자간 합의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직장인 가입자들은 이르면 10월부터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배당형(DC)형 가입자와 IRP가입자라 하더라도 이후 문자, 전자메일 등으로 기본상품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자금이동은 연말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앵커>

디폴트옵션을 선택한 뒤에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나와야 제도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시장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나타날까요?

<기자>

퇴직연금은 노후 자금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국내 정서상 여전히 원금을 지켜야 할 퇴직금의 성격이 강해 원리금 보장상품에 상당액이 묶여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이로 인해 수익률이 낮아지고, 실제 직장인들이 받게 될 연금이 줄어드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투자할 상품의 선택지를 줄여주고,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보시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령 매달 20만원씩 20년 동안 투자를 한 경우 수익률 1% 차이로 연금 수령액이 수천만원씩 차이납니다. 연 4%대면 7,400만원, 5%면 8,300만원으로 오르는 거죠.

그런데 지난 두 달여간 금융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충격으로 주식 시장 주변의 고객예탁금이 55조원 수준으로 20조원 가량 급감할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죠. 이런 충격이 남아있는 시점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상품을 서비스할 업계 내에서도 당장 대다수 직장인들의 자금이 투자 리스크 있는 큰 펀드, ETF 등으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이미 올해 1분기까지 공시된 퇴직연금의 수익률 데이터만 봐도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해도 1%가 채 되지 않는 형편입니다.

<앵커>

이렇게 보자면 당장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찾는 가입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디폴트옵션을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결국 풀지 못했는데 자칫 일본 사례처럼 손해를 키울 수도 있다면서요?

<기자>

우리보다 먼저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일본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해 선택하도록 했는데, 제도 도입 후 결국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도입 초기보다 원금보장을 선택하는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고, 금리인하를 지속한 영향으로 수익률도 하락한 겁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디폴트옵션`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고 또 전 세계적으로 통용하는 용어를 편의상 차용하긴 했지만, 쓰임새도 전혀 다릅니다.

직장인이 회삿일을 하면서 본인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매년 임금인상률보다 높게 유지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 제도가 탄생한 미국은 401K 퇴직연금 제도에 따라 기업이 복지 혜택의 하나로 `디폴트옵션`을 넣어 근로자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은퇴 자금의 수익을 높여주는 방식을 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아예 `사전지정제도`라고 명시하고, 직장인 가입자가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매번 선택하도록 한 한계가 있죠.

일본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고르고 손실보면 본인 책임이 되는 구조로 제도가 설계되어 있다보니 아무래도 리스크를 지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전문가 설명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이 법에 의해서 강제되는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비용 개념의 제도인 데 비해서 미국의 기업연금은 기업이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사내 복지 수단 같은 거였죠.

기업이 기본적으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법으로 어떤 조건에 만족하는 상품으로 디폴트 옵션을 운영하면 손실이 나더라도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게 (미국) 연금법의 요지죠. 그렇게 되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부담 없이 편하게 디폴트 옵션을 도입을 할 수가 있었던 거고, 그러면서 이제 디폴트 옵션이 확 폭증을 하고.."

<앵커>

제조업 작업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이 걱정없이 제도에 가입하려면 이를 도입해야 하는 회사와 상품을 제공할 금융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회사가 근로자들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 실제적으로 수익을 낼만한 상품을 만들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겠군요.

<기자>

이번 퇴직자급여보장법, 디폴트옵션은 결국 사용자인 회사와 가입자인 직장인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 4월 디폴트옵션과 함께 퇴직연금 운용 절차에 대해 보강이 이뤄졌습니다. 회사에서 실무자 홀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지 말고, 300인 이상 기업이라면 적립금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설치를 해서 IPS라고 하는 운용계획서를 만들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적립금 운용위원회에서 확정급여형인 DB형 가입자에게 임금인상률 만큼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디폴트옵션 제도를 적용해야 하는 DC형 상품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겁니다.

또 자산운용사들이 설계하는 수 백 종류의 펀드 가운데 생애주기에 맞는 타깃데이트펀드, 보수적인 운용의 펀드들로 상품군을 좁히다보니까 이러한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

"디폴트 옵션의 태동 자체가 `그런 교육이나 홍보가 생각보다 효과가 없더라 잘 안되더라` 그래서 만들어진 게 사실 디폴트 옵션이거든요.

근로자에게 자꾸 그런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물론 해야겠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거라고 보고요. 결국에는 이제 금융기관 퇴직연금 사업자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텐데..

근로자들도 조금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요. 퇴직연금 상품에 비해서 조금은 더 신뢰가 있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라는 생각을 하고서 조금 적극적으로 선택을 해줘야 되지 않을까"

퇴직연금 제도 개편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디폴트옵션 적용 상품에 대해서 비교할 수 있도록 조만간 별도의 공시 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기업이나 가입자가 비교 공시를 통해 수익률이 다른 회사에 못 미치거나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지 확인 할 수 있게됩니다.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금융사들도 자연스레 경쟁할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복잡한 관리 방법에 세금 등의 문제로 퇴직연금에 대해 근로자들도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죠. 이번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어떤 상품을 선택할지 쉽게 확인하도록 절차가 보강되면서 이러한 관행도 서서히 바뀔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