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시작도 안했다"..초유의 당대표 징계가 부를 파장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넉 달, 지방선거 승리 한 달여 만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새벽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면서다.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각종 쟁점이 남아있어 혼돈이 어떻게 정리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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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 약 5시간만인 이날 오전 8시쯤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 결정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건 윤리위의 형평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고, ‘윤리위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당직자가 행한다’는 당규를 내세워 “징계 결과 처분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란 주장도 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일부는 윤리위 징계를 “당원이 뽑은 당권에 대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후 당 원내지도부와 당 사무처가 내린 결론은 이 대표 생각과는 달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뒤 당 사무처의 해석을 토대로 “윤리위의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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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복귀 길 열어둔 권성동, 다른 윤핵관과 충돌 가능성
다만 권 원내대표는 당원권 정지를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고 6개월 뒤 이 대표의 대표직 복귀는 가능하게 열어뒀다. ‘궐위’의 경우 60일 이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하지만 ‘사고’의 경우엔 새 대표를 뽑지 않은 채로 기존 대표가 복귀할 때까지 자리를 비워두는 규정을 고려한 것이다. 당내에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장 대표 출마가 어려운 권 원내대표 자신의 입장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이 대표를 당장 내치고 싶은 다른 친윤계 의원들과 권 원내대표 사이의 불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이 대표의 선택이다. 6개월 뒤엔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이 대표는 아침까지만 해도 “(물러날) 생각 없다”며 가처분 신청, 재심 등의 방식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 뒤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노출을 피했다.
당내에서 “아직 소용돌이는 시작도 안 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는데, 이 대표 앞에 파장을 가늠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윤리위 의결로 처분이 시작된다’는 결정에 이 대표가 불복하고 “처분권은 대표에게 있다”며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이 대표에게 비판적이었던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분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권 원내대표가 말한 6개월 뒤 이 대표의 컴백은커녕 당장의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나 조기 전대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이 최악의 혼란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가처분이나 재심을 신청할 경우에도 분란이 불가피하다.
‘윤핵관’, 의총에서 반감 표출할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대표에 반감이 컸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움직임이다. 권 원내대표의 봉합 시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오는 11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당헌·당규의 해석 문제와 정치적 판단의 문제는 다르다. 징계를 받고 6개월 공백이었던 대표가 다시 와서 대표직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것은 따로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처럼 ‘윤핵관’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바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도 향후 시나리오 역시 단순하지 않다.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남은 임기를 맡을 대표를 뽑는 경우, 내년 정식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는 경우 등이 있다. 윤핵관 마다, 또 친윤계 핵심 의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 국민의힘 내에선 “한두 달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의 분란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지난 5~7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6%포인트 떨어진 37%를 기록했다. 4주 연속 하락이며, 처음으로 30%대를 찍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지금 서민들은 생활 물가를 보며 탄식을 하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여당이라는 당이 안에서 권력다툼이나 하고 있는데 지지율이 올라갈 수가 있겠나.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하나로 가는 것이기 때문 당 혼란이 정리 안 되면 윤 대통령 지지율부터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10%쯤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 징계와 관련, “결국 여권이 선거에서 이 대표를 활용하고 버린 것”이라며 “대선 때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단일화를 할 때부터 ‘당은 안 의원이 책임지게 해준다’와 같은 밀약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물론이고 핵심적 판단을 회피한 국민의힘 또한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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