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초유의 중징계..그날 밤 8시간 윤리위선 무슨 일 있었나

최민지, 강대석, 오욱진, 김하나, 이경은 2022. 7.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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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 정지 6개월. 이준석 대표의 징계안을 논의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7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인 8일 오전 2시45분까지 8시간 가량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내놓은 결론이다.
집권 여당 대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중징계 결정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등이 제기한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윤리위원 8명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가세연은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한 것으로 알려진 장모씨에게,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7억원의 투자 유치 각서를 써준 것은 이 대표의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할 장씨의 녹취록과 사실확인서, 각서 등을 함께 공개했다. 이 대표는 그간 “각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김 실장은 “내 판단으로 쓴 것”이라는 취지로 부인했지만 윤리위원들은 결과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7일 윤리위의 쟁점 역시 이 대표가 김 실장에게 성 상납 의혹 제보자인 장모 씨를 만나 입막음하라고 시켰느냐 여부였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 국회에서 9명의 윤리위원 중 이양희 위원장 등 8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의 자체 회의를 열었다. 이후 오후 8시부터 김 실장을 출석시켜 40분 가량 의혹에 대한 소명을 들었다.

김 실장은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 세 장 분량의 글을 읽었다. 지난달 22일 참고인 차원에서 윤리위에 출석한 후 당무감사위원회의 징계안건 회부 없이 위원회 직권으로 징계 대상이 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윤리위원들의 관심은 어김없이 이 대표와 각서의 연관성에 모아졌다. 김 실장은 윤리위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번 윤리위와 대동소이한 질문들이 반복됐다. 위원들이 이 대표의 증거 인멸 교사 여부를 여러번 물었고 나는 부인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결국 김 실장은 당원권 2년 중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뒤이어 오후 9시 20분쯤 윤리위에 출석해 3시간 가량 소명에 나선 이 대표 역시 비슷한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윤리위원들을 설득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윤리위 심의 후 브리핑에 나선 이양희 위원장은 “김 실장이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확률적으로 본인들이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허위사실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윤리위 판단은 굉장히 자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대표 측이 윤리위 판단을 ‘자의적’으로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은 녹취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만한 장씨의 또 다른 녹취록이 이날 심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실장의 소명이 진행되던 7일 오후 7시 30분쯤 JTBC는 장씨가 성 문제와 관련해 누군가에게 “윗선에서는 안 돼요, 진짜. 윗선에서 자꾸 홀딩하라잖아요”라고 말한 녹취록을 보도하며 성 상납 의혹 폭로의 배후에 정치권 인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징계가 미뤄지거나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징계위에 회부된 배후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 있다”고 강조했던 이 대표는 윤리위 소명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JTBC 보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설움이 북받쳐 오르고, 내가 무엇을 해 온 건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제 소명 과정에서도 “(나를 징계하는) 증거가 조작됐다는 판단이 나오면 추후에 윤리위가 어떻게 책임질거냐”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한다. 이에 윤리위원들은 “증거가 될만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하면서도 “증거 조작에 책임 지는 것 역시 윤리위가 판단할 문제”라는 식으로 응수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대표는 향후 윤리위 징계에 불복할 뜻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처분 신청이나 재심 등에 대해 판단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징계 사유로 든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이 부족하거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또 KT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전 의원,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강원 영월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염동열 전 의원에 대한 징계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들며 “나는 경찰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먼저 징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권한으로 내 징계 요구안에 대한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강수를 뒀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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