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는데..'전력 보릿고개' 믿을건 원전뿐
문재인 정부 시절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원자력 발전(원전)이 전력 보릿고개를 극복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역대 최고치를 연일 기록 중인 전력 수요를 벌충할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8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박 차관은 “올여름 전력 수급이 어느 해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원전은 국내 전력 공급에 중요하다”며 “재가동된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원전이 올여름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전 운영을 해달라”고 말했다.
고리 2호기는 지난달 3일 설비 문제로 정지됐다가 관련 기기 교체 등을 거쳐 지난달 30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한빛 3호기, 월성 2호기, 신월성 2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고 한빛 4호기는 격납건물 공극(구멍) 문제로 장기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산업부가 원전 가동 현장 챙기기에 나선 건 전력 수급난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 1~7일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8만541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8만1158㎿와 비교해 5.2% 증가했다.
여름철 에어컨 가동으로 전기 사용이 가장 몰리는 피크 기간(7월 중하순~8월 중하순) 전인데도 전력 수급은 이미 비상이다.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공급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아서다.
지난 7일 오후 한때 최대 전력 수요는 9만2990㎿를 찍었다. 이전 2018년 7월 24일 기록(9만2478㎿)을 깼다. 그날 전력 공급 예비율은 7.2%로 고꾸라졌다. 전체 공급량에서 여유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7% 남짓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맘때(7월 1~10일) 평균 공급 예비율 27.3%와 견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올해 전력 공급량은 피크 기간 기준 10만900㎿ 수준으로 지난해 10만700㎿과 별 차이가 없다. 노후 석탄발전소가 정비에 들어가거나 폐지된 영향이 컸다. 그나마 원전 공급 능력을 지난해 1만7700㎿에서 올해 2만700㎿로 늘린 덕에 전력 수급 ‘구멍’을 막았다.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나면 산업부는 자발적 수요 감축(사전에 계약한 기업에 전기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대신 수익금 지급), 발전기 출력 상향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올여름 최악의 무더위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들 대책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장 ‘믿는 구석’은 신규 원전 신한울 1호기다. 신한울 1호기는 1400㎿급으로 전면 가동 시 경북지역 전력 수요 약 4분의 1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원전이다. 전력수급 경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심각’ 단계가 예비력이 1500만㎿ 미만일 때 발령된다는 점에서 신한울 1호기는 전력 수급 위기 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울 1호기가 이번 전력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달 전력계통에 연결되긴 했어도 아직 시험 운전 단계다. 공식 상업 운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문이 남아있어서다.
신한울 1호기는 2020년 4월 완공됐지만 원안위가 비행기 충돌 위험 등 이유를 들어 운영 허가를 미뤘다. 지난해 7월 조건부 시운전 허가만 받았다. 시운전 기간엔 최대 출력에 한참 못 미치는 전력 생산만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신한울 1호기 준공(공식 가동 시작)을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7~8월 전력 피크 기간 내 준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수홍 "난 죽어야한다고 자책…산 올라간적도 있었다"
- 여고생 여친과 성행위 찍은 남고생…무죄→유죄 뒤집힌 이유
- "6발 남았다" 尹 살해 예고한 40대 자수…무직에 총도 없었다
- ‘빚투’ 주식·코인 회생신청땐 빚 덜 갚는다?
- "이젠 도서관보다 조용하다"…매출 3배 뛴 '방방컨' 뭐길래
- [속보] "日집권당 참의원 과반…개헌세력, 3분의 2 확보할듯"
- 크롭티 그녀 춤추자 700만뷰 터졌다…'게임왕' 홀린 단발녀
- 최진석 "尹정부 국정철학 없다…安, 전날까지 단일화 안 원해"
- 아파트에 맘대로 '수영장' 만든 입주민…말리자 "꼭 해야겠다"
- 미니버스서 내리더니 마구 쏴댔다…남아공 술집 14명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