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도전' 박주민 "차별금지법 신속히 통과시키겠다"
[박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이번에 당 대표가 된다면 차별금지법, 이런 우리 당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법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분명하게 이 자리를 통해서 드립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서울은평갑)은 "분명하게"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리고 "제 짝꿍은 그거 안 할 거면 왜 정치하냐고 저한테 묻습니다"라고 덧붙였다.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금까지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 중 '차별금지법 통과'를 약속한 건, 그가 유일하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다수 의석을 얻었을 때 차별금지법이 신속하게 진행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결코 그렇게 되지 않았고, 지난 몇 달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법사위 간사로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제대로 힘을 가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발의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안의 대표발의자다. 지난 5월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장으로서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국회의 차별금지법 심사 '답보' 상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도 지목됐다.
그가 당 간사로 있는 국회 법사위에서 지난해 11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심사를 21대 국회 종료 시점인 2024년 5월 29일로 미루겠다고 밝혔을 때, 그의 지역구인 은평구 주민들이 책임을 물었던 게 대표적 사례다(관련 기사: "박주민, 차별금지법은 통과시키고 서울시장 출마해라", http://omn.kr/1yan3).
그래서 박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언한 건, 자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과 같다. 8.28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주자 중 자신이야말로 당의 가치와 개혁을 대변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단식 및 텐트농성 투쟁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이희훈 |
박주민 의원이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지금의 민주당을 '회색 코뿔소'에 빗댄 이유도 가치와 개혁을 강조하는 장치였다. 회색코뿔소는 몸이 거대해서 멀리 있어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위험이 크고 명확함에도, 사전에 그 영향력을 파악하고 대응하지 않아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두고도 '회색 코뿔소'라 일컫는다.
그는 21대 총선 완승을 통해 압도적인 의석을 얻었던 민주당이 현재 처한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 칭했다. 특히 "(총선 당시 얻었던) 176석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당에 누가 또 표를 주고 싶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세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 몇몇 특정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며 "저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를 보면서 무엇을 하고 있나. 국민의 우산이 되고 민생의 디딤돌을 만들어야 할 민주당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며 "(현재 민주당 의석수인) 169석의 거대한 의석을 힘 없는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신뢰를 잃은 것은 좌고우면 눈치를 보면서 국민이 요구한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저는 이제 민주당의 주된 개혁을 이끌어왔던 동력으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위기 극복을 견인하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외에도 구체적인 정책개혁 과제 역시 제시했다. 그는 본인이 당대표가 된다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10개 지역거점 대학 투자와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개혁'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출마 나쁘지 않아, 토론에서 비교우위 가져갈 것"
한편, 박주민 의원이 이날(8일)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으로 불리는 민주당 '97세대(1970년대에 태어난 1990년대 학번)'의 당대표 경선 출마가 모두 확정됐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란 대세론과 97세대의 세대교체론이 맞붙는 구도가 확연해진 셈. 다만 97세대의 합종연횡 여부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97세대 4인방 중 자신만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저는 우리 사회 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집중을 해왔다. 그러한 동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당의 개혁을 이끄는데 조금 더 적임자다"라면서 개혁성을 다른 97세대 당권주자들과의 차별점으로 삼았다.
이재명 의원(인천계양을)의 당권도전에 대해서도 다른 97세대 당권주자들과 달리 다소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관련 질문에 "이재명 의원님은 누가 봐도 민주당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많은 당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분이다"라며 "그런 분이 전당대회 나와서 당의 혁신방안 내놓고, 토론하고, 당원의 선택을 받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 그 과정에서 당원 분들 또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동시에, 이재명 의원과의 경쟁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당의 혁신이라는 점에 있어서 이재명 의원보다 좀 더 길게 고민해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토론을 통해 비교우위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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