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 등 몰리는 초단시간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김종진 2022. 7. 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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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몰리는 초단시간 노동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김종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콜센터노동자 등은 4월 2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콜센터 노동가치를 인정하고 노동환경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 3일 근무 모집. 사무보조, 판매직, 블로그 업무, 간호조무, 학원 강사까지.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면 하루 4시간씩 주 3일 일할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1주일 총 근무시간이 14시간인 '초단시간 노동자'를 찾는 공고들이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 멀티플렉스 극장, 키즈 카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 스태프, 비대면 시험 감독, 목소리 녹음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초단시간 계약은 공공부문에서도 적지 않다. 아이 돌봄과 시니어 일자리부터 도서관 사서는 물론 방과 후 강사와 보육 전담사까지 학교와 지자체에서 많이 활용된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콜센터 상담, 예술단, 임상병리사와 간호사까지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다수 확인된다. 이 정도면 초단시간 노동자가 없는 곳을 찾는 것이 쉬울 정도다.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일자리들이다.

문제는, 초단시간 고용의 급격한 증가다.

초단시간 고용 급속한 증가...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법령에서는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초단시간은 주휴수당은 물론 사회보험과 퇴직급여도 제외된다. 특히 초단시간 고용은 5인 미만 사업장(3분의 1)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법정 연차휴가는 물론 초과근무 가산임금이나 육아 출산 및 직장 내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곳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며 "매장 수익이 나쁘니 주휴수당은 제외했으면 좋겠다"라거나, "우리 회사는 야근 수당이 없다. 프로의식을 가져라"와 같은 사례들이 빈번하다.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고용구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초단시간은 기업의 유연한 고용 필요성과 비용 감소 및 법제도 회피 등도 맞물려 있다. 초단시간 고용은 2004년 75만 명에서 어느덧 185만 명으로 지난 15년 사이 약 110만 명이나 증가했다. 중복 통계이지만 초단시간은 여성, 60세 이상 고령, 중졸 이하, 청년 등 우리 사회 취약층에 집중되어 있다. 2021년 기준 초단시간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명 중 8명을 차지하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 2004년에 비해 3배로 증가... 60대 이상 근무자도 약 43%

한국 사회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 노동자(122만 9천 명, 66.4%/남성 62만 2천 명)인데, 2004년(47만 명)과 비교하면 규모는 대폭 증가했다.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 대부분 60대 이상이 79만 명(42.7%)으로 2004년(5만 4천 명, 7.1%)에 비해 6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청소년·청년층(10대, 20대)은 2004년 38만 명(20.5%)에서 2021년 16만 9천 명(22.3%)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고용 취약 사각지대 노동자 유형별 규모 변화 추이
ⓒ 통계청
  
이는 플랫폼 노동 전환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초단시간 사업장 규모 및 산업적 특성도 '나쁜 일자리' 성격의 2차 노동시장에 밀집되어 있는 것과도 연동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초단시간 노동자는 서비스산업 중 유통, 개인, 사회서비스 영역에 밀집되어 있으나, 제조건설업도 적지 않다.

실제로 초단시간 노동자 중 현재의 노동시간을 더 늘리거나, 이직을 원하는 비율은 11.2%(20만 7천 명)로 2004년(16.7%, 12만 6천 명)과 비교하여 다소 감소한 상태이지만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초단시간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이 31%(57만 3천 명), 10인 미만 사업장이 19.8%(36만 7천 명)로 전체의 절반 정도로 확인된다. 보건복지 27.5%, 교육 15%, 공공행정 10.8%, 음식 숙박 10.1% 순이지만 제조업(5%, 9만 3천 명)과 건설업(3.5% 6만 4천 명)도 전체의 10명 중 1명 남짓 가까이 된다.

한편 이를 반영하듯 초단시간 노동자 중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계약서 미 작성자는 5명 중 1명 정도(23.7%)인데, 2004년 67.5%(50만 9천 명)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근로계약서 안쓰고, 최저임금도 안 주고... 노동자로서의 권리 챙겨야

나아가 초단시간 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만자는 32.4%(60만 명, 2004년 18만 7천 명, 17.5%)나 된다. 사회보험 미 가입률은 고용보험 70.5%(67.6%), 국민연금 67.3%(37.1%), 건강보험 2.4%(7.8%) 순이다. 더불어 초단시간 노동자의 시간 외 수당 미적용은 78.9%(55.4%), 유급휴가 미적용은 77.4%(52.7%), 노동조합 미가입 및 미적용은 89.3%(69.1%)였다.
   
일선 현장에서는 쪼개기 계약 등 편법적 형태도 적지 않다. 언제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현실인데도, 노동자의 권리는 이윤을 위한 경제적 논리에 항상 가려져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초단시간 노동자의 퇴직급여 지급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법원은 '규율 자체의 합리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노동관계법령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형성되는 경향을 부정할 수 없다"라는 소수 의견도 살펴봐야 한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배나 되는 상황에서 초단시간 문제 논의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100인 이상 사업장의 초단시간 고용 비율은 11.2%(20만 7천 명)나 된다.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를 운영하는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초단시간 정책 접근도 고려해봐야 한다. 한편 한시적으로 기존 일자리안정자금과 소상공인안정자금을 통한 지원과 함께 10조 원이 넘는 공동근로복지기금 활용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끝으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의 고충을 인식하고, 주휴·연휴, 퇴직급여, 고용보험 적용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프랑스 민주노조(CFDT)는 1주 22시간 이상의 최소노동시간계약제를, 영국 생활임금재단은 15시간 이상의 최소생활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에서 공약으로 초단시간 노동자의 '최소생활노동시간제'가 사회 의제로 부각된 바도 있다. 학업이나 돌봄 및 건강 등 특정한 사유를 제외하고, 사업장에서 15시간 이상 계약을 하는 방향이다. 향후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물론 산업 안전 및 사회보장(유급병가, 상병수당) 등 보편적 권리로서 동등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친재벌, 민영화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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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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