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사임에 獨 매체 "보렉시트", 젤렌스키 "슬프다"

임선영 2022. 7. 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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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후 세계 각국에선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英과 긴밀 협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존슨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성명을 내 "영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존슨 총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영국과 미국은 가장 긴밀한 우방이자 동맹이며, 양국의 특별한 관계는 강하고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포함해 광범위한 현안에 있어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정치적 소울메이트(soulmates)는 아니었다"며 "백악관은 이제 영국이 더 예측 가능하고 덜 혼란스러운 지도력이 있는 후임자를 찾길 바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문을 지낸 찰스 쿱찬은 "런던의 사태가 진정되면 존슨의 사임은 미·영 관계에 해를 끼치기 보단 득이 될 것"이라며 "존슨 총리는 위기로 흔들려 현재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종의 연속성과 정치적 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 "슬프다" 러시아 "오만의 결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존슨 총리의 사임 발표 후 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슬퍼하며 소식을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가 당신(존슨 총리)에게 공감하고, 도움에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영국의 지지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당신(존슨 총리)의 개인적인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그것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나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6월 키이우에서 존슨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그(존슨 총리)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고, 우리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그간의 반감을 드러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존슨 총리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반러시아 지도자"로 비난해 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존슨 총리의 사임은) 영국이 오만한 결과"라고 했고,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 이야기의 교훈은 러시아를 파괴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양국 관계 재설정 기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에 앙금이 남은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들에선 존슨 총리의 사임을 조롱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BBC 등은 전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이날 '보리스'와 '엑시트'를 합친 '보렉시트(Borexit)'란 표현과 함께 'Bye Bye Boris'란 제목을 붙였다. 존슨 총리의 사임을 브렉시트에 빗대 비꼰 것이다. 또 덴마크 언론 엑스트라블라뎃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완수 관련 선거 공약을 언급하며 "이제 그는 끝났다"고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 취임 이후인 2020년 EU에서 탈퇴했다.

EU 대변인은 "존슨 총리의 사임 소식에 샴페인을 추가 주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EU는 술을 매우 제한적으로 소비한다"고 답했다. 방역 규정을 위반한 존슨 총리의 '파티게이트'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또 최근 북아일랜드 협약을 둘러싸고 영국과 갈등 중인 아일랜드의 마이클 마틴 총리는 존슨 총리의 사임과 관련 "양국의 관계를 재설정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있어서 존슨 총리의 태도는 중·동부 유럽 등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그리워할 측면이라고 짚었다. 한 EU 외교관은 "존슨의 사임은 유럽인들에게 더 많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파티게이트’ 논란에 인사 관련 거짓말 의혹까지 불거져 사퇴 압박에 직면했던 존슨 총리는 7일 보수당 대표에서 사임하고, 후임 총리가 취임하는 오는 10월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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