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만 수백".. 카페 사장이 극단적 영업전략 택한 이유 [권성훈의 사오정이야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시한폭탄이 되다

[권성훈 기자]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 정책금융기관은 애초 3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관련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올해 9월 말까지 6개월간 추가 연장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현재, 만료 기간 2개월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고민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6월 28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에서 가칭 '소상공인 새 출발 기금 세부 운용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오는 9월 말 종료되는 소상공인 대상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앞두고 금융 취약계층인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마련된 것이라 전해졌다. 이번 보고서에는 소상공인 빚에 대해 최장 20년 분할상환과 원금 탕감 대책안도 있다고 한다.

기존 빚에 더해진 코로나 대출
 

▲ 분주한 버팀목자금 플러스 콜센터 2021년 3월 30일 오후 대전시 서구 탄방동 KT타워에 마련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민원 대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내 입장에서야 시한이 더 연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그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죠."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친 이후 영업 제한 등으로 피해를 입은 대형 카페 사장 A씨는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3번에 걸쳐 총 6천여만 원을 받았는데, 모두 변동금리입니다. 최초 2.2%였던 금리가 현재는 4.2%로 거의 2배가 올랐죠. 이번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의 한도가 대충 7천~8천만 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처럼 대형 업소를 운영하는 사장들 대부분은 그 한도를 꽉 채워 받은 것으로 압니다."

그가 받은 대출은 1년 거치(무이자) 4년 분할상환 조건과 만기 전액 상환 조건 대출이 섞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9월 말 연장 시한 종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소상공인 대부분은 창업 대출 등 기존 대출을 갖고 있다며 영업 제한으로 타격받은 소상공인들의 부채 문제는 지금 거론되는 코로나 대출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기업이건 자영업이건 사업하는 사람 중에 대출 없이 하는 사람 있나요? 저도 당연히 기존 대출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도 다달이 원리금을 갚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부채가 더 늘어난 거죠. 이번 코로나 기간 중 부채는 내 탓이 아니잖아요."

그는 지난 코로나19 기간 중 특히,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2020년에 입은 영업 타격은 정말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의 가게는 60여 평으로 상당한 규모였고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입점한 탓에 상가 임대료도 이면 도로의 작은 가게 10여 개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에 따라 채용 인원도 많아 인건비 부담도 웬만한 소기업 수준 이상이었다.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이 필요한 이유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이 본격 시행된 그달만 손실 비용이 거의 2500여만 원에 이르더라고요. 임대료, 인건비에 이미 받아 놓은 물류비 그리고 생활비까지, 영업 제한 명령이 떨어지면 제일 큰 문제가 임대료 같은 고정비와 생계비예요. 영업 제한으로 장사 못 한다고 임대료 안 내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인건비는 그냥 앉아서 까먹는 겁니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직원을 바로 해고할 수가 없어요. 도리도 아니고 영업 제한 풀리면 또 사람 뽑아야 하잖아요. 최근 방역 해제가 된 외식 자영업계에서 연이어 뉴스로 나온 게 뭐던가요? 바로 구인난이죠? 그리고 당장 가족 생계비도 펑크 나는데 가장으로서 이건 어쩌나요?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받는 거죠."

그는 이렇게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이전의 손실은 오롯이 자신의 부채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이번에 받은 손실보상금에 관해 묻자 그는 지난 3분기 손실보상금은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그동안 밀렸던 다섯 달 치 임대료로 임대인에게 바로 송금했다며 허무한 심경을 전했다.

"그나마 직전 영업 제한은 잘 버틴 것 같아요. 영업 제한 떨어지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생들 다 내보냈거든요. 학습 효과인 거죠. 아르바이트 뽑을 때 미리 고지했어요. 영업 제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요."

버팀목에서 시한폭탄이 된 대출
 

▲ 1월 1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해제까지 휴무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그는 현재 24시간 영업을 시행 중이었다. 기자 또한 오래전 24시간 영업 경험자로서 이 영업 방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 왜 이렇게 극단적인 영업전략을 선택했는지를 물었다.  

"방법이 없어요. 지금 매달 원리금으로 갚아야 할 돈만 수백만 원입니다. 이렇게라도 하니까 현재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95%까지 올라왔어요. 다른 카페 사장들에게 물어보니까 그 사람들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더라고요. 더욱이 대학가와 같은 특수 상권 매출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요."

이처럼 방역 해제로 영업 제한이 풀린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라는 구렁텅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구인난도 구인난이지만 인건비라도 줄이고자 간헐적으로 십수시간의 마라톤 철야 근무도 하고 있음을 전했다. 사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과 머리, 피곤이 내려앉은 눈동자의 초췌한 얼굴은 악전고투 중인 그의 현재 상황을 방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9월 말로 종료되는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에 관련하여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기를 바라는지를 물었다.

"연장이 아니라 탕감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전 손실보상에 대한 소급 적용 논의는 계속 지지부진하잖아요. 그러면 영업 제한으로 생긴 빚이라도 탕감해 줘야죠. 앞서 말했지만 이건 우리가 잘못해서 생긴 빚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리의 고정금리로 장기 상환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추가로 시행하거나 주택담보 대출의 '안심전환대출'처럼 갈아탈 수 있는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해 줬으면 해요. 그래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변동금리 대출이라도 갚을 거 아니에요. 지금 금리 상승은 정말 숨이 막혀요."

이렇게 지난 2년여 동안 영업 제한으로 더 큰 빚을 지게 된 자영업자들은 현재 시한폭탄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연장·유예만 한다면, 그건 그저 시한폭탄의 시한을 늘린 것뿐이라고 본다. 문제가 '폭탄'이라면 폭탄을 제거해야지 시계만 돌리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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