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다 기름..바이든, 왕따시킨다던 사우디 왕세자 만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다음 주 직접 만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 중동 순방 기간 중 살만 빈 알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등 사우디 지도부와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카운터파트는 알사우드 국왕이지만 빈 살만 왕세자를 지도부의 일원으로 포함해 만나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중동 순방은 오는 13~16일 이스라엘과 사우디 방문 일정으로 짜였다.
백악관은 GCC+3(걸프협력회의+이집트·이라크·요르단)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사우디 방문의 공식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빈 살만 왕세자의 면담 여부는 워싱턴에서 논란이었다.
2018년 10월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된 뒤, 미 국가정보국(DNI)는 빈 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인권을 중요 가치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사회에서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80년간 중동의 우방이던 사우디와의 관계도 얼어붙었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기록적인 기름값 상승에 지지율까지 휘청이자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에 증산을 부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예멘 내전의 휴전 연장을 논의할 필요도 생겼다.
백악관 참모들은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사우디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행을 결정지은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순방 기간 중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방공망 능력을 향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동 지도자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와는 간접적인 만남 형식을 취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인권'보다는 '기름'을 택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날 당장 같은 민주당의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에서 생산한 기름은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서 정작 우리는 사우디에 기름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에 책임지고, 예멘 전쟁을 끝내기 전까지 그를 만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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