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날아간 존슨..혼돈의 英, 시장은 반색

박병희 2022. 7. 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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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게이트' 등 잇단 구설..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 발표
새총리 선출까지 업무 논란..월러스 국방장관 등 후임 거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른바 ‘파티 게이트’에 이은 거짓말 논란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하면서 영국 사회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며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큰 폭의 흐름세를 보였으나 차기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불안한 시기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과 생활비의 위기, 원자력 건설, 북아일랜드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존슨 총리 관련 논란으로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 하던 파운드화가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파운드는 달러에 대해 0.8%가량 올라 파운드당 1.2달러 선을 회복했다. 파운드는 유로에 대해서도 6주 만의 최고치로 상승해 파운드·유로 환율이 전날 파운드당 1.16유로에서 1.18유로 선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파운드화가 달러에 11.5%, 유로에 10.3% 하락을 기록 중이다. 정치경제적 혼란이 파운드화 가치에 반영돼있는 셈이다. 이날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95%, 영국 FTSE100 지수는 1.14% 상승했다.

◆우크라 대응 어떻게?= 존슨 총리는 이날 낮 12시께 런던 총리실 앞에 나와서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만 총리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취임한 지 3년 만에, 또 지난달 7일 내각 신임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파티게이트, 자신이 지명한 보수당 원내부총무의 성 비위 사건과 이어진 거짓말 논란이 존슨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존슨 총리의 사퇴는 당장 유럽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 사회가 강공으로 대응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존슨 총리와 통화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슬프다"며 존슨의 도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과 미국은 가장 긴밀한 우방이자 동맹이며, 양국민의 특별한 관계는 강하고 지속될 것"이라며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포함해 광범위한 현안에 있어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와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영국에서 대화를 통해 결정을 할 수 있는 더 전문적인 사람들이 집권하기를 희망한다"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차기 총리는 누구?= 관심은 존슨 총리의 후임자로 쏠리고 있다. 차기 총리와 관련, CNBC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 벤 월러스 국방장관,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며 페니 모돈트 통상장관과 제레미 헌트 전 보건장관도 가능성은 낮지만 후보군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715명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월러스와 모돈트가 13% 지지율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낙 전 장관은 10%, 트러스는 8% 지지를 얻었다. 다만 개별 후보 비교 질문에서 보수당원들은 월러스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고 CNBC는 전했다.

벤 월러스 국방장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페니 모돈트 통상장관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차기 당대표와 총리를 뽑는 보수당 경선은 1~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당은 오는 10월 2~5일 버밍엄에서 연례 전당대회가 열리는 만큼 9월 이전에 차기 당대표를 뽑을 계획이다.

다마 존슨 총리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크와시 쿠르텡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존슨 총리가 지금 물러나고 보수당이 새로운 당 대표를 가능한 한 빨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소속 사이먼 호어 의원은 존슨 총리가 남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휴회 기간에 정부 일을 할 수 있도록 임시 총리가 지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존슨이 몇 달 더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말은 헛소리라며 당장 물러나라고 했다. 존슨 총리가 즉각 사임하면 도미닉 라브 현 부총리가 임시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원전 등 과제 산적=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자 존슨 총리는 이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거나 큰 방향 전환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요 재정 결정도 차기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주요 정책 결정이 수개월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최악의 상황에서 독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 건설 문제와 유럽연합(EU)과 북아일랜드 협정 관련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존슨 총리는 현재 18%인 원전 비중을 25%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원전 신규 건설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던 만큼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원전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 명인 수낙 전 재무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정부 재정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은 부담스럽다며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존슨 총리와 대치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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