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에 민간인 동행? 감사원에서 감사해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부터 7월까지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해외 외교 무대에 데뷔한 셈이다. 사실 나토는 북대서양 조약기구로 윤 대통령 출국 전부터 참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나토 참석이 국익에 도움이 됐을까?
윤 대통령의 외교 무대 데뷔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지난 6일 서울 상암동의 커피숍에서 외교 문제를 연구해온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을 만났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
ⓒ 이영광 |
-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대한 총평 부탁드려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는 다자 안보동맹 기구인데요. 나토에는 주요 군사 강국이 대부분 포함돼서 국제 안보 질서 차원으로 아주 중요한 다자외교 무대라고 볼 수 있고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서 참석하고 다양한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일정은 지난해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마찬가지 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역량이 글로벌 차원으로 격상됐고 그에 걸맞게 대한민국 외교 지평이 넓어진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었다는 평가도 있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존의 나토를 보면 전략 개념이라고 해서 조직의 운영 방향을 10년에 한 번씩 크게 바꿔요. 이번에도 나토의 전략 개념이라는 문서를 새롭게 채택하고 앞으로 나토가 가야 될 방향을 새롭게 정립했어요.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고요. 내용적으로도 러시아를 적대국,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해버렸어요. 이런 것들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좀 더 근본적인데, 나토는 원래 냉전 시기에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에요. 그런데 1990년을 전후 소련이 해체됐단 말이에요.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 없어졌으면 나토가 해체돼야 된다는 주장이 1990년 이후 많았어요. 그때 나토 쪽에서는 '나토가 반드시 소련의 위협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위협에 대응하기 때문에 굳이 해체할 필요 없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동맹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근데 말이 잘 안 맞는 거예요. 그러던 상황에서,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니까 '그동안 해체 안 하고 나토가 존재했던 게 잘한 것'이라면서 존재 의미를 다시 찾은 거죠. 나토의 역사에는 굉장히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고 봐야 됩니다."
- 이번에 나토 영역을 인도 태평양으로 넓혔다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저는 다른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나토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활동 무대를 유럽과 북대서양 이외 지역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작전이에요.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작전을 주도한 국제기구가 있어요. 그것이 국제안보지원군, 아이사프(ISAF)입니다. 그 국제안보지원군을 기획하고 운영한 게 나토예요. 나토 중에 제일 큰 세력이 미국이지만 나토의 이름으로 했다고요.
나토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서 지구촌 전체적으로 나토와의 협력, 연계 이런 것들을 진행해 왔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도 나토가 아프간에 진출하는 그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 그때 나토와의 협력이 시작됐어요."
"안보는 미국, 중국은 경제? 실상과 맞지 않아"
-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 언급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그것도 이번에 나토 정상회의 결과에 의미 부여를 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게 있어요. 나토가 이번에 중국을 시스테믹 챌린지라고 규정했어요. 즉 구조적인 도전 대상국 아니면 체제적인 도전 대상국 이렇게 번역할 수가 있겠는데, 견제와 고립 대상으로 삼은 건 틀림이 없어요.
그런데 1년 전에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다른 문서가 있어요. '나토 2030'입니다. 그 문서도 이번에 채택한 전략 개념 문서와 유사할 정도로 중요해요. 거기에서도 중국을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에 위반하는 세력이다'라며 부정적인 세력으로 묘사했어요. 그런 논의는 이미 2020년에 나왔어요."
-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해왔잖아요. 그러나 한쪽을 선택하는 걸 강요하는 시점이 올 거란 전망도 있던데.
"저는 거기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워요. 한국은 미국하고 군사동맹이에요. 군사동맹이라는 건 국가 간 협력 수준이 최상급이에요. 미국이 군사동맹 국가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한미 동맹이 최상급이에요. 왜냐하면 한미 양국이 연합사 체제를 운영한단 말이에요. 이런 나라는 한국과 미국 사이밖엔 없어요.
그런데 한국하고 중국은 보통 나라들과의 관계예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개념이 있는데, 군사 동맹보다 한 등급이 낮고 다른 일반적인 관계보다 등급이 높은 개념이죠. 우리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아마 20개국 이상 될 거예요. 중국은 그중에 하나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 중간쯤에서 균형을 잡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미국하고 군사동맹이고 연합사 체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게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데, 어떻게 한국이 미국하고 중국 중간에서 균형 외교를 했다고 해요. 전혀 동의할 수 없죠.
그러고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어느 한 쪽을 고른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에요. 안미경중이라고 해서 우리가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한다는 말도 실상과 맞지 않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중국 교역 의존도가 평균적으로 봤을 때 25% 정도 돼요. 미국하고는 12%예요. 12%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교역 대상국 1등이 중국이지만 2등은 미국이에요. 일본은 한 5등쯤 돼요. 그러니까 미국은 안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도 극히 중요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균형 외교라고 하는 말은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우리는 미국에 확실히 쏠린 외교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 최상묵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6월 29일 "20년간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라고 말했잖아요. 외교관계에서 이런 발언 적절했을까요?
"이 문장을 보면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기만 하고 그 외에 다른 이익은 명확하지 않아요.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잘 모르겠고 외교 차원에서 본다면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이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과거 20년, 30년 역사를 돌아봤을 때 과연 우리가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를 누려왔는가 질문을 해봐야 돼요."
- 아닌가요?
"그런 면도 있지만 아닌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이 눈부신 성장을 한 건 맞고, 그중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획기적으로 커졌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거기에서 또 중요하게 봐야 되는 게 아세안과의 협력도 눈부시게 확장됐어요. 특히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은 엄청난 속도로 커졌습니다. 일본보다도 베트남과의 교역량이 더 많은 정도예요.
그리고 경제 교류에는 상품 거래만 있는 게 아니에요. 첨단 기술이라고 하는 이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어떻게 획득하고, 지원하는지도 봐야 되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거래해야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미국이나 일본과의 교역 규모도 꾸준히 늘었어요. 다시 말해 중국과의 교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한국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이 큰 변수가 됐다는 건 맞는 말이죠. 그러나 그 이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변수가 안 됐고 그것만 변수였다라고 하면 틀린 얘기예요.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라든가 미국 일본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든가 또 미국 일본과의 교역 규모가 굉장히 큰 상태가 유지됐다든가 이런 것도 다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변수들이었어요. 그런 차원에서 한중 교역만 우리 경제 성공적인 경제의 원인이었다고 말한다면 저는 동의하기 어렵죠."
- 윤석열 대통령은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국제 사회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한 점을 성과로 뽑는 것 같던데.
"글쎄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이 있는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다녀온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일정을 무난하게 수행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를 주요 성과로 지목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왜죠?
"한미일 정상회담의 의미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협력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거지, 일본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어요. 미국은 단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입장에 동조하고 협력하는 선진국가을 만들고 싶어 해요. 그것에 대해 한국이 협력한 것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미일 3국이 모여서 군사적인 협력을 한 단계 높이자고 말하고, 약속해도 결국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볼 때는 큰 소득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죠. 한미동맹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미일 3국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민간인 나토 동행, 불법적 요소 있을 수 있어"
- 바이든 대통령의 '노룩 악수'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동영상 화면을 봤는데,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요.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죠. 정치인들은 아는 사람이 많고, 악수를 정말 많이 하기 때문에, 악수와 관련해서 결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 순간에 무심코 실수를 한 거지 이건 한미 관계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무시하는 마음이 있다고 의미 부여를 하는 분석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나토 사무총장 회담 순연이나 핀란드 대통령 회담 일정 취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외교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의전이나 의제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일정이 연기되고 취소되는 것은 외교 결례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국제 정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각국 정상 40여 명이 참가한 다자 정상회의에서는 돌발적인 일정 변경 상황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그런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정상회담 일정이라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번도 그런 상황입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회원 가입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튀르키예가 막판까지 반대해서 정상회의가 전체적으로 엉망진창이 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스웨덴과 핀란드, 튀르키예 3국 협상을 중재하는 나토 사무총장과 당사국인 핀란드 대통령은 협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건 절박한 돌발 사태로 인정하고, 깔끔하게 양해하고, 후속 대응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 어제(5일) MBC 보도에 의하면 민간인이 나토 일정에 동행했다고 하잖아요. 문제 없나요?
"제가 볼 때 그건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것 같고요. 감사원 쪽에서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불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어요."
- 대통령실 입장은 무보수로 한 거라는 건데.
"보수를 받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통령 행사에는 기회만 되면, 무보수라도 참가하고 싶지요. 그렇지만 대통령 행사는 국가 기밀을 다루고 있어요. 그러니까, 국가 기밀을 다루는 행사에 권한이 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관찰하고 간섭하면 안 되죠. 그래서 보안 규정에 위반이 있는지 그걸 봐야 돼요."
- 특별 수행원이 있지 않냐는 건데.
"특별수행원으로 가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어요. 보안 규정에 맞는지 안 맞는지 봐야 되고, 어떻게 해서 특별 수행원에 채용이 됐는지, 절차를 지켰는지 봐야 합니다. 절차를 안 지키고 일이 진행됐다면, 그게 '국기 문란'이에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개명 이름 최서원) 이 분이 기본적인 보안 규정이나, 행정 절차를 안 지키고서 대통령을 보좌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 아니에요.
대통령 마음대로 자기가 필요한 사람을 채용할 수도 있지만,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대통령이 절차를 안 지키고 일하면, 다른 고관대작들도 전부 다 자기 마음대로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절차를 잘 지켜야 되는데 지금 이번에 절차를 지켰는지 특히 보안 규정을 잘 지켰는지 채용 과정에서 합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되겠죠."
- 문제가 있다고 보세요?
"그분이 왜 채용이 됐는지 보안 규정을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는 알 수가 없어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랬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의혹은 있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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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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