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만 했다 하면 상한가?..반짝 올랐다가도 급락
하락장을 이겨내는 유일한 호재인가.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테마인가. 최근 무상증자가 국내 증시 화두로 떠올랐다. 코스피 2400선마저 무너진 폭락장에서 무상증자 종목만 ‘빨간색’ 상승 흐름을 탔다.
▶기업가치 변화 없어… 실적 낮으면 조심해야
지난 6월29일 공구우먼이 상한가를 쳤다. 공구우먼은 지난 6월14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공구우먼 주가는 크게 올랐다. 29일은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이 발생한 날이었다. ‘권리락’이란 신주 인수권에 대한 권리가 없어지며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다. 실제 시가총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주당 가격이 낮아지는 걸 호재로 받아들이며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최근 무상증자를 ‘테마’로 주가가 오른 사례는 많다. 지난 6월22일 무상증자를 결정한 미술품 경매업체 케이옥션은 장 초반부터 급등하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케이옥션은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29.88%)까지 상승한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전날 케이옥션은 이사회를 열고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하는 라온피플도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무상증자는 기업 이익이나 자본 잉여금을 재원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회계적으로는 따지면 잉여금이 자본으로 계정만 이동하고,전체 시가총액이나 실제 자본금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유통 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다. 또한 잉여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재무 구조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로 해석돼 호재로 읽힌다.
‘무상증자→상한가’ 행진의 시작은 바이오기업 노터스였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노터스는 지난 5월 1주당 신주 8주를 지급하는 역대급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5월31일부터 지난 6월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기록을 썼다. 최근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기업 공통점이 있다. 모두 높은 유보율을 갖췄다는 점이다. ‘6연상’을 기록한 노터스는 올해 1분기 기준 8958%, 유보율을 기록했다. ‘유보율’이란 기업의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통상 기업이 동원 가능한 자금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부채비율이 낮고 유보비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기업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또한 높은 비율의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주주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무상증자의 경우 보통주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만 실시해도 시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만 무상증자로 본질적인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무상증자라는 재료 하나만으로 투자하기엔 위험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산업용 배관을 생산하는 조광ILI는 6월16일 전 거래일 대비 2440원(29.72%) 오른 1만65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이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조광ILI는 6월17일에서 23% 오른 1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이후 급락세도 거셌다. 6월20일부터 쭉 빠지기 시작하더니 22일 기준 1만350원까지 추락했다. 앞서 6거래일 상한가 행진을 기록했던 노터스 역시 오른 만큼 골도 깊었다. 지난 6월22일 이틀 연속 하한가(-30%)를 기록하며 7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노터스는 지난 5월9일 무상증자를 실시한 후 권리락으로 5월31일 기준가 77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상한가 행진을 시작했지만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왔다.
결국 무상증자 이후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적’, ‘성장’, ‘성과’라는데 이견은 없다. 기업 실적이 엉망이고 심지어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는 부실기업이 ‘무상증자’를 내세워 주가를 띄우는 등 악용하는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글 명순영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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