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경찰 통제돼야"vs"그걸 왜 장관이 하나"[이메일 토론]
‘경찰의 민주적 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찰행정지원부서 신설 정책 토론회’(국민의힘)
‘행안부 경찰국 설치, 무엇이 문제인가’(더불어민주당)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을 둘러싼 토론회가 동시에 열렸다. “대통령이 장관을 통해 행정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는 경찰국 신설을 옹호하는 주장과 “경찰 장악에 방점이 있는 건 아니냐”며 속도전을 우려하는 주장이 터져나왔지만 각기 다른 방에 갇혀 서로 마주치지 못했다. 여·야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공유하는 성격의 ‘반대 없는’ 토론을 기획한 탓이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일부터 파출소와 일선서, 지방경찰청을 훑으며 경찰국 신설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사이 “지난 정권에서 수사돼야 할 것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7월 5일)”는 이 장관의 발언이 공개되자 경찰 사회는 또 한번 술렁였다. 경찰 수뇌부도 7~13일 각 시도경찰청을 돌며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 청취와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경찰제도개선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날은 15일이다.
행안부, 15일 경찰제도개선 최종안 발표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여·야 토론회에 각각 사회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던 장영수(찬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대근(반대)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 마주침을 기획했다. 지난 5~7일 중앙일보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이메일이 교환됐다.
Q : (장)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인해 경찰에 대한 통제가 약화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추가적 통제 없이 경찰의 자율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하나?
A : (김)=“경찰에 대한 통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도 약칭 ‘경찰법’상 행안부는 국가경찰위원회에 안건을 부의하고 재의 요구할 권한과 총경 이상에 대한 인사제청권 등 개별 권한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경찰을 간접적·제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또한 국가경찰위원회 등이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 통해야 ‘민주적 통제’인가
Q : (김)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인사절차의 투명화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행안부 장관은 적극 수용해 시행령을 제·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가 ‘민주적’ 방식인가.
A : (장)=“가장 전형적인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직접 의견을 개진하여 통제하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행안부 장관에 의한 통제가 적어도 경찰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의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A : (장)=“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치안’을 삭제하고 경찰청이 신설된 것은 행안부가 직접 치안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경찰청에 대한 관리·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없다. 다른 맥락에서 살펴볼 때, 정부부처 내에 국(局)을 신설하거나 변경 또는 폐지할 때마다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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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찰위 실질화, 허상인가? 실효성 있나.
Q : (장)지금까지 국가경찰위는 경찰 내부 기구로서 사실상 거수기 역할 이상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데 국가경찰위 개혁은 경찰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 이전까지는 경찰에 대한 실질적 통제가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A : (김)=“경찰법 제10조에 따라 국가경찰위 위원 7명이 월 2회 회의에 소집돼 주어진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현행 제도 내에서 국가경찰위에 대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나. 만약 실질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경찰국 신설에 소요될 인력과 예산을 국가경찰위에 투입해 조직과 권한을 강화하는 게 맞지 않나”
Q : (김)결국은 경찰권이라는 물리력을 정부 권력의 수단으로 삼아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 부분은 지난 역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A : (장)=“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국 설치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침해를 어떻게 차단할지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별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철저하게 차단되어야 한다. 경찰법에 이를 명시하는 등의 방법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Q : (장)경찰국의 구성이나 역할을 법무부 검찰국과 유사하게 규정함으로써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은 어떠한가.
A : (김)=“법무부 검찰국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다. 법무부장관은 ‘정부조직법’ 제정 당시부터 소관 사무로 ‘검찰’을 명시했다. 검찰청법도 ‘법무부 검찰국장’을 규정하는 동시에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청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ㆍ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안부 경찰국은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은 어디까지.
Q : (김)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하는 방식의 직접적 통제는 이른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에 반한다.
A : (장)=“행안부 장관에 의한 경찰 통제 하나만을 떼어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의한 인사 관여가 존속하는 상황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통제가 사라진 공백을 행안부 장관의 통제로 갈음하려는 것이라면 이를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견제와 균형에 반하는 것 아닐까”
Q : (장)경찰국 설치에 대한 경찰의 반발을 ‘조직 이기주의’로 보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 : (김)=“경찰국 설치에 대해서는 경찰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에도 반대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가장 주요하고 정당한 방법은 국회에서 법률을 제ㆍ개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시민에 의한 민주적 경찰 통제야말로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 (김)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지휘하면 예전 청와대에 의한 ‘비공식적’ 통제가 완전히 사라질까.
A : (장)=“청와대의 비공식적 통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행안부에 의한 통제가 공식화되면 청와대에 의한 비공식적 통제가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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