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부대 이전해야" 등산객 지킴이 전락한 부대의 운명은

김민욱 2022. 7.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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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이 54년 만에 전 지역 개방된 지난 4월 6일 서울 종로구 북악산 남측면 탐방로를 찾은 시민들이 산행을 하고 있다. 1968년 북한군의 청와대 기습시도 사건인 '김신조 사건'으로 시민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돼 온 북악산은 2020년 11월 1일 북악산 북측면 개방에 이어 이날 북악산 남측면(청와대 뒤편)을 개방했다. 청와대 외곽 경비부대인 A부대가 초소 CCTV 등을 통해 등산객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일명 ‘수호신 부대’로 불리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의 청와대 외곽 경비 임무가 사라진 가운데 해당 부대를 옮겨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서대문구는 부대 이전 부지에 산학연구단지 등을 설치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이전까진 만만치 않다.


독립문 공원 뒤편 3만9542㎡ 사용 중


서대문구 핵심 관계자는 7일 “수방사 예하 A부대가 그간 청와대 외곽 경비를 하기 위해 독립문 공원 뒤 군 시설을 사용해왔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이 부대가 지역에 존재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부대는 청와대 북쪽 인왕산·북악산 경계 임무를 맡고 있다. 3개월마다 경계, 독립문 주둔지 생활이 교대로 이뤄진다. 하지만 국가 핵심시설인 청와대 경비 임무가 사라지다 보니 수방사 내부적으론 ‘등산객 지킴이’로 전락했단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독립문 공원 뒤편 A부대 규모는 3만9542㎡에 달한다. 숙소와 훈련시설 등을 갖췄다. 토지는 국방부와 법무부 소유다. 서대문구는 실제 A부대 이전이 이뤄질 경우 우선 빈 터 한쪽에 유스호스텔을 지을 계획이다. 독립문 공원 인근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 견학 인원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기준 42만 명 가까이 된다. 일반인까지 합치면 101만 명 수준이다. 유스호스텔로 체류형 관광상품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단 전략이다.

제103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관람객이 서대문형무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성헌 구청장 공약사업으로 추진


주변 대학과 연계된 산학 연구단지 신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단지를 통해 미래 먹을거리인 바이오와 IT, 빅데이터 등 분야를 키우겠단 목표다. A부대 부지에서 이화여대, 연세대 간 직선거리는 1㎞도 안 된다. 금화터널을 지나면 바로 닿는다. 이런 A부대 이전에 따른 활용안은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구청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후보 시절 “(A부대 이전부지에) 연세대·이화여대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산학연구 단지를 짓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작업이 만만치 않다. A부대의 개편방향부터 난맥상이다. 청와대 내곽을 경비하던 B부대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배치돼 경비 임무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미 인력이 충분하다고 한다. A부대원 병력 보강이 필요하지 않단 의미다. 또 A부대는 서울 도심에 자리한 유일한 전투병력이다. 유사시엔 즉응 전력으로 투입되는데 이런 군작전 상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A부대를 옮길 부지를 찾고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물론 (이전을 위해서는) 국방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중요한 건 기존 부대를 옮길 수 있는 후보지가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구청장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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