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걸린 '심야의 학살'.. 이준석 징계, 막전막후 [포착]
7시간45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된 징계 심의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7일 오후 7시 국회 본관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심의는 약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자정을 훌쩍 넘긴 8일 새벽 2시45분에 끝났다.
이날 윤리위는 이 대표와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각각 당원권 정지 6개월과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직접 심의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준석 당원은 자신의 형사 사건과 관련, 김 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인멸과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당원은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장 안팎에는 내내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윤리위의 이번 결정은 이 대표의 거취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 격랑을 불러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오후 7시로 예정된 회의 시작 8분 전 회의실 앞에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빨간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드레스코드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깔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회의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발언을 약 2분20초간 읽어내려간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요즘 너무 터무니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등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라고 말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19분이 지난 오후 9시19분쯤 회의장 앞에 나타났다.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의 이 대표는 마스크를 벗고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약 4분간 심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평소 빠른 발언 속도와 달리 이날은 단어를 골라가며 느릿느릿 말했다. 감정에 복받친 듯 목이 멘 목소리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늘 드디어 세 달여 만에 이렇게 윤리위에서 소명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렵겠지만”이라며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성접대 의혹 폭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이 나왔다는 jtbc 보도를 거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목이 상해서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었다. 여기저기서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가면서 선거를 뛰었던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에 이기는 것 외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했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며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깎아내리며 그 다음 날엔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사람하고 마주치면서 ‘오늘 아침은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면서 아침에 일어났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최고위 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공개 갈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회의실 입장 후 약 2시간50분 만에 소명을 마치고 나왔다.
이 대표는 자정을 넘긴 8일 0시13분쯤 취재진 앞에서 “윤리위원회의 소명 절차에 뭐 보시는 것처럼 장시간 동안 성실하게 임했다. 윤리위에서 질문하신 내용들, 제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 절차를 통해서 당에 많은 혼란이 종식되길 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 접대에 대해 해명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국회를 떠났다. 이 대표는 이날 참모진들과 향후 대응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 후 즉각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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