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걸린 '심야의 학살'.. 이준석 징계, 막전막후 [포착]

구자창 2022. 7. 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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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7시간45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된 징계 심의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7일 오후 7시 국회 본관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심의는 약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자정을 훌쩍 넘긴 8일 새벽 2시45분에 끝났다.

이날 윤리위는 이 대표와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각각 당원권 정지 6개월과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8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이준석 대표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하뷰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직접 심의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준석 당원은 자신의 형사 사건과 관련, 김 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인멸과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당원은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장 안팎에는 내내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윤리위의 이번 결정은 이 대표의 거취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 격랑을 불러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열리는 국회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오후 7시로 예정된 회의 시작 8분 전 회의실 앞에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빨간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드레스코드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깔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회의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발언을 약 2분20초간 읽어내려간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요즘 너무 터무니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등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라고 말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19분이 지난 오후 9시19분쯤 회의장 앞에 나타났다.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의 이 대표는 마스크를 벗고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약 4분간 심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평소 빠른 발언 속도와 달리 이날은 단어를 골라가며 느릿느릿 말했다. 감정에 복받친 듯 목이 멘 목소리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오늘 드디어 세 달여 만에 이렇게 윤리위에서 소명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렵겠지만”이라며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성접대 의혹 폭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이 나왔다는 jtbc 보도를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목이 상해서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었다. 여기저기서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가면서 선거를 뛰었던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에 이기는 것 외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했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며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깎아내리며 그 다음 날엔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사람하고 마주치면서 ‘오늘 아침은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면서 아침에 일어났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최고위 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공개 갈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회의실 입장 후 약 2시간50분 만에 소명을 마치고 나왔다.

이 대표는 자정을 넘긴 8일 0시13분쯤 취재진 앞에서 “윤리위원회의 소명 절차에 뭐 보시는 것처럼 장시간 동안 성실하게 임했다. 윤리위에서 질문하신 내용들, 제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 절차를 통해서 당에 많은 혼란이 종식되길 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성 접대에 대해 해명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국회를 떠났다. 이 대표는 이날 참모진들과 향후 대응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 후 즉각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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