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공무원 피격 사건 '기밀 삭제' 시인.. 월북 추정에 힘실어줬나

정우진 2022. 7. 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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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수집했던 초기 기밀정보 일부를 군 정보 유통망에서 삭제했던 사실을 7일 시인했다.

국가정보원이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지난 6일 검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군 내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던 사실이 확인돼 이른바 '기밀 삭제' 사태가 군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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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필요한 조치.. 원본은 유지"
정보 삭제 과정·책임자 감사 진행
서욱 등 당시 지휘라인 조사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이 7일 서울 용산 국방부를 방문해 TF 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하고 있다. TF는 군 당국이 사건 당시 기밀정보 일부를 삭제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을 보안 사고로 규정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군 당국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수집했던 초기 기밀정보 일부를 군 정보 유통망에서 삭제했던 사실을 7일 시인했다.

국가정보원이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지난 6일 검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군 내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던 사실이 확인돼 이른바 ‘기밀 삭제’ 사태가 군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공무원 피격 사건 직후에 예하 부대와 실시간으로 첩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유통망에서 관련 기밀정보가 삭제된 것을 둘러싸고 ‘월북 추정에 힘을 싣게 하려는 의도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민감한 정보의 불필요한 전파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삭제된 정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밀정보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탑재된 기밀정보 일부가 2020년 9월 23~24일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공보실장은 “정보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며 “MIMS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MIMS는 사단급 이상 부대 간 군사 정보를 관리하는 군 내부 정보 유통망으로 정보의 성격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의 정보 수장이 다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김 공보실장은 ‘무단 삭제가 아니라 절차에 따른 조처였느냐’는 질문에 “필요에 따라 행해진 조처라고 보면 된다”며 “원본은 삭제된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삭제된 문서 중에는 1·2급 같은 대외비 등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은 MIMS 내 기밀정보 삭제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던 것인지, 삭제 지시를 내렸던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아꼈다. 특히 감사원 과정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 등 지휘라인에 있는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씨 유족 측은 서 전 장관과 이 전 본부장을 8일 MIMS에서 기밀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는 기밀정보 삭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을 ‘보안사고’로 규정하면서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F 단장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당국자들과 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MIMS는 고도로 비밀을 요구하는 SI(특별취급정보) 2급 체계”라며 “문서 삭제나 배부선 조정 등 활동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사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방부가 관련 내용을 자체 조사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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