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하듯 달린 계량기에 주눅.. 경비실 에어컨은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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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기온이 32도를 기록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한 평(약 3.3㎡) 남짓한 경비실에 들어섰다.
A씨가 일하는 아파트 단지 역시 지난해 4월 노원구청이 한 대당 48만원을 지원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가 경비실 4곳의 에어컨 전기료 15만2730원을 경비원들에게 청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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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기온이 32도를 기록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한 평(약 3.3㎡) 남짓한 경비실에 들어섰다. 내부는 더욱 후덥지근했다. 벽 위쪽으로 지난해 봄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이 달려있었지만 그는 리모컨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소금기가 허옇게 오른 근무 조끼를 벗어 의자에 걸고는 대신 선풍기를 틀었다.
에어컨이 있는 데도 쓰지 않는 건 그 바로 옆에 ‘감시하듯’ 달려있는 전력 계량기 때문이다. A씨는 “관리실 직원과 얘기해보면 ‘누가 (전력을) 얼마나 썼다’는 걸 다 꿰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나”며 “가끔은 ‘차라리 달지 말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영 더위를 견디기 힘든 날에는 희망온도를 26도로 설정하고 하루 총 1시간을 넘지 않도록 에어컨을 튼다.
폭염에 취약한 경비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 사업까지 벌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기료 부담 탓에 에어컨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A씨가 일하는 아파트 단지 역시 지난해 4월 노원구청이 한 대당 48만원을 지원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아파트 측 비용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가동에 따른 전기료는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 부담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설치 후 ‘경비실이 에어컨을 너무 오래 트는 것 같다’는 민원이 여러 건 관리사무소에 접수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실 에어컨 옆에 일괄적으로 계량기를 달았다. 관리사무소 측은 “공동전기료로 부과하는 경비실 전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 경비원들 입장에서는 계량기 존재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다른 동에서 근무하는 70대 경비원 B씨는 계량기에 찍히는 숫자를 수시로 보면서 에어컨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가 정한 하루 사용 전력량은 0.6㎾/h. 경비실 에어컨을 1시간 가량 틀었을 때 소비되는 수준의 전력이다. B씨는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참을 만한 더위는 그냥 견디려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가 경비실 4곳의 에어컨 전기료 15만2730원을 경비원들에게 청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19년 경비원들이 사비로 들여놨지만 전기료 부담을 두고 마찰이 생긴 것이다. 가구당 부담액은 월 340원 정도였지만, 동대표회의에서 경비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기로 결정하면서 경비원 8명은 약 2만원씩 돈을 모아 전기료를 납부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아파트는 입주민 부담으로 변경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에어컨 설치까지만 지원했기 때문에 이후의 상황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며 “현장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계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날이 무더울 경우 충분히 사용하라고 경비실에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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