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유령함대 실체 드러났다..北 떠는 무기 총출동한 이곳 [르포]
미국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CVN 72)의 비행갑판 위에 올라서자 수십 대의 각종 항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3개 넓이에 맞먹는 갑판엔 영화 ‘탑건: 매버릭’의 주역인 F/A-18 ‘수퍼호넷’ 전투기를 비롯해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이 날개를 접어 올린 채 차례대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다른 기체들 사이로 갑판 끝머리에 꼭꼭 숨겨둬 멀리서 엔진만 겨우 보이는 검은색 전투기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미 해군 관계자들은 “보안상 접근이 제한된다”며 손사래 쳤다.
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기지엔 환태평양훈련(RIMPACㆍ림팩)을 맞아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곳곳에 들어와 있었다. 링컨함은 F-35C 스텔스 전투기를 비밀 병기로 탑재했다. 미군이 항모에 배치된 F-35C를 한국 언론에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F-35의 세 기종(AㆍBㆍC) 가운데 최근에서야 전력화한 F-35C는 비행갑판에서 캐터펄트(사출장치)를 이용해 이륙할 수 있는 항모형이다. 최신예 전투기인 만큼 미 해군의 11개 항모전단 중 F-35C를 탑재한 건 링컨함과 칼 빈슨함(CVN 70)뿐이다. 링컨함에 배치된 10여대의 F-35C는 미 해병대가 조종한다.
필리핀해서 서해로 은밀히 출격
미 해병대가 함께 운영하는 F-35B는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어 공간적인 제약이 덜하다. 그러나 이착륙을 위해 복잡한 장치를 달고 중량을 낮춘 탓에 내부에 싣는 무기량이나 작전범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F-35C는 활주로를 이용하는 공군의 F-35A와 같은 양의 무장을 내부에 탑재할 수 있다. 심지어 F-35C의 전투행동반경은 F-35A(1093㎞)보다 좀 더 넓은 1100㎞에 달한다.
해상의 움직이는 기지인 항모 함재기인 덕분에 이같은 성능은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전략적인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필리핀해의 링컨함에서 이륙한 F-35C는 서해까지 장거리 비행에 나섰다. 당시 미 해군 측은 이같은 훈련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적 공약을 뻔뻔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앞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라며 두 차례 ICBM 시험발사에 나서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을 은밀히 출동시킨 셈이었다.
림팩에 참가한 미군 관계자들은 F-35C의 전술적인 효용성을 치켜세웠다. 지난해 8월 미 해군 역사상 첫 여성 항모 지휘관에 오른 에이미 바우언슈미트 링컨함 함장(대령)은 “F-35C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함정에 도입해 운용하는 것은 시간적인 소요가 뒤따른다”며 “그럼에도 엄청난 전술적인 이점을 수반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링컨함에서 가까운 곳에 정박 중인 미 해군 강습상륙함 에식스함(LHD 2)에도 비밀 자산이 있었지만, 미군은 이날 설명을 꺼렸다. 외형상 무인 헬기인 MQ-8 ‘파이어 스카우트’로 보였다. 해상 정찰 및 감시가 주 임무인데, 일부 기체엔 레이저 유도식 70㎜ 로켓 등 무장까지 갖췄다.
처음 공개한 ‘유령함대’의 실체
대신 미군은 이날 한국 언론에 무인수상함 2척을 처음 공개했다. 미군 관계자는 “무인수상함이 미국 연안이 아닌 곳에서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 림팩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시호크’와 ‘시헌터’로 이름 지은 쌍둥이 무인수상함은 미 해군이 장차 구성하려는 이른바 ‘유령함대(Ghost Fleet)’의 핵심 전력이다.
미ㆍ중간 가상 전쟁을 다룬 소설의 이름에서 따온 유령함대는 유ㆍ무인수상함이 혼재된 형태의 하이브리드 함대다. 사람도 없고 적의 레이더에 잘 탐지가 되지 않는 ‘유령’과 같은 무인함을 선두에 세워 정보를 수집하고 방어망에 구멍을 내면, 이를 뒤따르는 유인 구축함 등이 공격에 나선다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미 해군 무인수상함 1분대 지휘관인 제레미아 데일리 중령은 “통상 30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는 구축함이 각종 센서 등 장비를 통해 탐지 및 포착하는 정보를 무인함 1척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유인함과 비등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식 A2AD 뚫을 무기 될 수도”
미 국방부는 2045년까지 유ㆍ무인 혼성 500여척의 함대를 꾸린다는 장대한 계획까지 세웠다. 현재는 이날 공개된 2척을 포함해 총 4척이 건조됐으며, 3척을 더 연구개발 중이다.
미 해군에 따르면 나머지 2척도 림팩 훈련에 후발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데일리 중령은 “림팩에 참가한 무인함들도 완전히 전력화했다기보다 계속 연구개발 과정에서 검증하는 단계”라며 “유인함과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림팩에서 한국, 싱가포르 해군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해상에서의 다국간 연합훈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유령함대 건설이 중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상당한 억제력을 가질 것으로 내다본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카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기조로 볼 때 향후 한ㆍ미간 새로운 접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박사는 “북한이 최근 개발한 신형 대함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 등은 한ㆍ미 연합해군의 해상 접근을 막기 위한 일종의 북한식 A2AD(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위협을 돌파하기 위해 F-35C와 같은 스텔스 함재기, 무인수상함 등 새로운 제압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만=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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