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인권 규탄 결정한 靑, 김정은 통지문 받고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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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도 동의했다 입장 바꿔"
7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부 고위 소식통은 "피격 사건 직후 정부 내에서 '북한 인권 관련 국제사회에 원칙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에 NSC 차원에서 같은 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2년만에 다시 동참하자는 방침이 세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도 이런 제안에 직접 동의했던 사안인데, 사흘 뒤(2020년 9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받고선 입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매년 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는 건 그 자체로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강한 압박 신호다. 문재인 정부는 피격 사건 직전 해인 2019년부터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불참했고, 사건 당해인 2020년에도 결국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후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동참 기회인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공동 제안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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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지문 받고 태도 급반전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의 기조는 2020년 9월 25일자 김 위원장의 통지문 이후로 급반전됐다. 당시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김정은 동지는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의 사과는) 각별한 의미"이자 "최고지도자로서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나흘 전인 24일 참모들에게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이후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강력히 규탄한다"(2020년 9월 24일, NSC 상임위 성명), "북한은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라"(2020년 9월 24일, NSC 성명)는 메시지는 사라지고 "실종자는 월북했다고 판단된다"(2020년 9월 29일, 해경 중간수사 발표)는 결론만 남았다. 또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2020년 9월 24일, 국방부 브리핑)은 "시신 소각 추정 및 공동 조사 필요"(2020년 9월 27일, 국방부 백브리핑)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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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와 다른 내용 투성인데…
다만 정부 태도가 바뀐 근거인 북측의 통지문은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한ㆍ미 특수정보(SI)와 내용상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지문에서 북측은 "(숨진 이대준 씨가)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다 얘기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구조 요청 등을 위해 북측에 국적 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과 이름을 밝혔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신 소각에 대해서도 북한은 "사격 후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해상에서 소각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방부는 이대준씨가 피살된 이후인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공개 규탄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공개된 일부 SI에 따르면 북한 군은 탄환 구경이 7.62㎜인 AK 소총을 뜻하는 듯한 '762'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차이를 의식한 듯 통지문 수령 이튿날인 2020년 9월 26일 청와대는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 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 관계를 규명해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북측은 공동 조사 요구에 끝내 불응했고 정부 역시 공동 조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북측과 연락할 수단이 없다"며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촉구했지만 이듬해 7월 정작 복원이 이뤄진 뒤에는 관련 통지문 하나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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