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심코 한 말에.. 아동학대 신고자 잇단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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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자 신원이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 측에 알려져 신고자가 곤욕을 치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나 전담 공무원, 교사 등은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게 돼 있지만, 신고자 보호 소홀로 자칫 신고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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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사 가해 부모에 항의 받아
관련 사례 잦아 신고의무자 위축
아동학대 신고자 신원이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 측에 알려져 신고자가 곤욕을 치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나 전담 공무원, 교사 등은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게 돼 있지만, 신고자 보호 소홀로 자칫 신고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는 지난 5월 아동방임 혐의로 40대 여성 A씨를 입건해 조사했다. 당시 A씨는 남편이 구금돼 혼자 아이 4명을 키우고 있었다. 집 내부는 생활쓰레기와 반려견 오물 등으로 정상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태였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하는 것도 아동학대 방임에 해당한다.
문제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겼다. 경찰이 A씨를 조사하던 중 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A씨 등에 따르면 조사관은 “어디에서 신고가 들어왔는지 알고 있냐. 구청에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먼저 언급했다. 해당 구청에서 A씨 집을 방문한 사람은 소속 사례관리사 B씨가 유일했다.
조사를 마친 A씨는 집까지 동행한 B씨에게 “관리사님이 나를 신고한 거냐”며 따졌다. 이후 B씨가 경찰에 항의했지만 담당 조사관은 “구청 쪽에서 수사 의뢰가 들어왔다고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또 “(사례관리사는) 공적인 일을 하는 건데 민원은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게 필요한 건 아니냐”는 언급도 했다고 한다.
B씨는 7일 “신고할 때부터 신분이 사례관리사라 특별히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와 제62조에 따르면 신고자의 신원은 법으로 보호되고, 신고자의 인적 사항 또는 신고인이 누군지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원 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교사들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아동학대 관련 신고를 했다가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교사 사례가 올라왔다. 경찰 조사관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부모에게 “신고자는 학교 관계자”라는 사실을 전했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학교에 연락해 “누가 신고한 것이냐. 신고한 사람을 직접 만나야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당시 교사가 교장·교감과 상의한 뒤 경찰 신고를 했던 것인데, 신고자 노출 부담과 위험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전가된 셈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는 아동학대를 인지하는 순간 신고하는 게 원칙인데 (신고자 보호)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 아동학대 신고를 할 때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신고의무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학대 피해자나 가해자와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신고자 신원 보호가 안 되면 신고의무자들이 위축돼 신고를 망설이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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