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않겠다고 버티던 존슨 "임기 채우지 못해 고통스럽다"
사퇴 압박에 직면했던 보리스 존슨(58)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불거진 ‘파티게이트’ 논란에 인사 관련 거짓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취임한 존슨 총리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단명 총리’가 됐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보수당 대표에서 사임한다”며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로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당 대표를 사임해도 후임 당 대표 겸 총리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총리직을 맡는 것이 관례다. BBC방송은 “보수당 계획에 따르면 올여름 경선을 통해 뽑히는 당 대표가 오는 10월 새 총리로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사임 의지가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새 리더가 나와야 한다는 건 전적으로 보수당의 의지”라며 “내 임기를 채우지 못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2024년 총선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지키겠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새로 임명한 장관들까지 잇따라 사퇴하면서 내각이 붕괴할 지경에 이르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잇따라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새 재무장관으로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고 자하위가 빠지면서 생긴 교육부 장관 공석에는 미셸 도닐런 교육부 차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도닐런이 임명된지 얼마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하위도 존슨 총리에게 "총리, 이제 물러날 때다"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후 내각과 당에서 사임 행렬이 이어졌다. 7일 오전까지 총리의 지도력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당 요직에서 사퇴하거나 사임의사를 밝힌 인사가 50여명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은 존슨 총리가 지난 4일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의 성 비위 혐의 사실을 알고도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사실을 공개 사과한 직후 불거졌다. 핀처 의원은 술에 취해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원내부총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그가 2019년 외무부 부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 혐의가 있었고, 존슨 총리가 이를 알면서도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총리실의 해명이 오락가락하자 인사 문제는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 존슨 총리의 사과 이후 내각과 당내에서 사퇴 여론이 높아졌고, 존슨 총리가 자리를 고수하자 내각 줄사퇴로 이어졌다.
존슨 총리는 올해 초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지인과 측근들을 관저로 불러 파티를 벌인 것이 드러나며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지난달 당내 신임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당내에서 사퇴 압력이 커졌다. 보수당 일각에선 신임투표를 1년 내 다시 치르지 않는 규정을 바꿔 다시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각료가 줄사퇴한 뒤 힘을 잃은(powerless) 존슨 총리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해 사퇴한다”고 평가했다.
런던 시장과 외무부 장관 등을 지낸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면에서 강경한 반EU 노선을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2019년 7월 같은 당 소속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후임 총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차기 총리 후보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등이 꼽힌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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