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 육백마지기 아래 첫 마을, 더위 피하러 가볼까
행복농촌 ① 평창 깨비마을
강원도 평창 청옥산(1255m)은 코로나 특수를 누린 산이다. 정상부 ‘육백마지기’까지 차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어서다. 야생화 밭을 산책하고 차를 세워두고 잠자고 오는 ‘차박족’이 늘었다. 덩달아 산 중턱에 자리한 ‘깨비마을’도 떴다. 청정한 청옥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품은 깨비마을을 다녀왔다.
화전민의 터 육백마지기
청옥산은 과거 화전민이 터를 잡았던 곳이다. 화전이 금지된 뒤에는 정상부 너른 밭이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명성을 떨쳤다. 600마지기 농사를 지을 만큼 넓어서 예부터 ‘육백마지기’로 불렸다. 청옥산이 관광명소로 뜬 건 최근 들어서다. 2018년 평창군이 청옥산 정상부 9000여㎡를 야생화 생태단지로 꾸민 게 결정적이었다. 육백마지기는 이내 ‘차박 성지’로 알려졌다.
6월 24일 오후 육백마지기는 산 아래 세상이 30도 불볕더위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선선했다. 초여름, 샤스타데이지꽃이 만발한 풍광이 유명한데 올해는 개망초와 쑥의 기세에 눌려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그래도 풍력발전기와 웅장한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이 장쾌했다.
청옥산 정상부에도 주민이 살지만, 마을은 한참 내려가야 나온다. 해발 600m 산 중턱에 ‘깨비마을’이 있다. 45가구, 97명이 산다. 왜 깨비마을일까. 다소 썰렁한 전설이 전해온다. 먼 옛날 마을 일대에 부자가 많았는데 이들의 심보가 고약해 도깨비가 혼쭐을 내고 망하게 했다고 한다. 주민 대부분은 화전민의 후손이다. 2010년 홍양미(51) 사무장을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2011년 ‘깨비마을’이란 이름을 내걸고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폐교 활용해 야영장으로
‘청정 마을’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경관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민 각자가 집 앞과 도로를 치우고 꽃을 심었다. 폐교된 미탄초등학교 청옥 분교를 야영장으로 만들었고,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카라반 5대를 장만하고, 11개 데크를 설치하자 금세 오지 캠핑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육백마지기에서 불편하게 차박하느니 깨비마을에서 마음 편히 야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깨비마을은 평창군이 운영하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의 코스이기도 하다. 육백마지기를 다녀온 뒤 마을에서 산나물 도시락을 먹는다. 이날 점심에도 서울에서 출발한 단체 관광객이 깨비마을을 찾았다. 곤드레·취나물, 고춧잎 무침을 비롯한 8가지 찬과 상추국이 나왔다. 이태금(70)씨는 “다른 국내 패키지여행보다 건강한 식사여서 좋다”고 말했다.
깨비마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산나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마을 주민이 어린이와 함께 곤드레나물을 무친다. 도깨비 모양 방향제 만들기도 인기다. 석고로 도깨비 모양 본을 뜨고 자유롭게 색칠한 뒤 방향제를 발라 자동차에서 쓴다. 홍양미 사무장은 “학교나 어린이집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 야영객도 체험하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평창=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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