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압박 받는 금융지주..'여름 보너스' 배당 또 줄이나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손꼽는 은행들이 ‘여름 보너스’로 불리는 중간 배당 채비에 나섰다. 증권가의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과 배당제한 족쇄가 풀린 점도 투자자의 눈높이를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이자 장사’ 압박에 이은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확대 요구가 중간 배당의 변수로 떠올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가 지난달 30일을 중간배당을 위한 기준일(주주명부폐쇄)로 공시했다. 주주명부폐쇄 공시는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것으로 통상 배당을 위한 준비 단계로 해석한다. 신한금융은 정관으로 분기 배당을 명시해, 주부명부 폐쇄 공시를 하지 않고도 배당할 수 있다.
4대 금융지주가 ‘여름 보너스’로 불리는 중간배당에 나서는 건 주주 환원 정책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25~26% 수준인 배당성향을 중장기적으로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반기(중간 배당)뿐 아니라 분기별(3·6·9·12월) 배당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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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이익 9조 돌파 예고
금융지주사가 ‘여름 보너스’ 보따리를 풀 여력은 충분하다. 시장에선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이자 수익 등으로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최대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9조2355억원(연결 기준)이다. 1년 전(8조3105억원)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배당 제한 족쇄가 풀린 점도 투자자가 중간 배당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권고했던 배당성향을 20% 이내 제한 조치는 지난해 6월 말 종료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로 낮췄던 배당 수준을 정상화하고, 중간 배당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트레스 테스트’ 가 최대 변수
변수는 있다. 부채 부실을 대비해 은행권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긴축 가속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권에 지난달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이 금리와 주가,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주면,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비롯해 당기순이익, 자기자본비율(BIS비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서 제출한다.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점검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을 권고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권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배당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통과하려면 증자를 하거나,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기자본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며 “당장은 아니어도 (이익잉여금을 쌓아두려면) 배당을 적극적으로 늘리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만큼 주주환원 정책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외부(규제) 간섭 때문에 배당이 줄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금융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대출 부실화 등 하반기 위험 관리 차원에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면서 “다만 배당을 제한하는 규제 방식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25~26%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B금융 배당성향이 26%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하나금융(25.6%), 우리금융(25.3%), 신한금융(25.2%)이 뒤를 이었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3조7505억원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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