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종 뿔시금치 씨갑씨 할머니야"

화성시민신문 2022. 7.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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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이 찾은 네 번째 여성농부는 황계동에 사는 김장희(86) 씨갑씨 할머니다.

할머니는 4년 전 토종 뿔시금치를 화성시에 기증했다.

지난 6월 17일 화성시민신문은 김장희 씨갑씨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4년 전, 뿔시금치 종자를 받은 것을 기억하고 다시 찾은 방문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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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④] 김장희 할머니

<화성시민신문>이 찾은 네 번째 여성농부는 황계동에 사는 김장희(86) 씨갑씨 할머니다. 할머니는 4년 전 토종 뿔시금치를 화성시에 기증했다. 농부들은 할머니의 시금치 씨앗을 받아 로컬푸드 직매장에 판매했다. 지난 6월 17일 화성시민신문은 김장희 씨갑씨 할머니를 만났다. <기자말>

[화성시민신문 박정은]

 김장희 씨갑씨 할머니(86세, 황계동)
ⓒ 화성시민신문
 
정조대왕 능행차길에 누런 닭이 울었다고 마을 이름을 황계동이라고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 만들어 놓은 저수지가 논농사에 유용하게 쓰이며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원적 아름다움이 숨 쉬는 곳에 전투비행장이 들어서며 군사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마을이 불편하지만, 초록의 기운이 그득한 농사짓기 좋은 동네다. 

"마을이 예뻐서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손녀가 추천해서 씨앗부터 심어놓은 라벤더는 올해 꽃이 덜 이쁘게 피어서 아쉽지만 물만 주면 아주 잘 자라. 그 옆에 있는 블루베리도 따먹어 봐. 까치들이 다 먹기 전에.(웃음)" 

할머니는 50여 년 전, 충청도에서 옆집으로 시집온 절친 강길순(88세, 황계동)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큰일 났어. 경찰서에서 나 잡으러 왔어. 나 혼자 가면 무서우니까 얼른 와." 할머니가 오시자 한참을 소녀처럼 웃다가 텃밭에 심은 감자부터 깨 모종 이야기를 이어간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감자밭 주변으로 오밀조밀 들꽃과 어울어지며 한 폭의 그림 같다.

 "소를 키워서 아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했는데 딸들이 대학을 갔어. 아들은 동생들에게 양보했지. 옛날엔 과수원도 했고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워 봤어. 지금은 사슴을 키워. 꽃사슴이 지금도 내가 밥 주기를 기다리고 있어." 

할머니는 아들 하나와 딸 셋을 키우면서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았다. 23살에 동탄에서 시집와서 지금껏 황계동에 산다고 말하는 할머니는 처음에 젖소를 한 마리 키우다 열 마리로 늘리고, 그걸로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셨단다.

"예전엔 산업도로 앞에서 쌀을 파는데, 어떤 여자가 쌀 두 말을 사더라고. 자기 집이 바로 요 앞이라면서 거기까지 가달라는 거야. 그런데 한참을 가도 집이 안 나와. 쌀을 머리에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집에 도착했는데, 쌀을 항아리에 부어달라고까지 하더라고. 시방은 누가 쌀을 준다고 해도 못 가져 와.(웃음)"
 
 할머니의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손잡고 나들이가던 날
ⓒ 화성시민신문
 
매일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할머니는 동네 다섯 친구와 산책을 즐긴다. 한동네에서 50여 년 이웃과 지내다 보면 사이좋게 지내기 힘들다던데, 우정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다섯 친구가 90세부터 84세까지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친자매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 아들딸도 다 서로 친구사이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나이 들고 혼자돼서 외롭잖아. 매일 얼굴 보면서 운동하고 밥도 먹고, 일하느라 바쁘면 운동을 미루기도 하면서 오순도순 지내지."

화성씨앗도서관(대표 금경연)이 준비한 밥 모심은 머위장아찌, 질경이장아찌, 오이소박이, 춘권튀김, 배추찜, 살구(할머니 댁)로 준비했다. 밥 모심을 보자 할머니는 장지동과 평동까지 농사를 지으러 다니며 새참을 지었던 시절을 떠올리셨다.

"식구들도 챙기고 일꾼도 먹여야 하니까 항상 새참을 하루에 두 번씩 해갔어. 논두렁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지. 옛날엔 잔치를 하면 동네에서 했잖아. 집에서 기른 토종 쥐눈이콩 콩나물을 해가면 너무 맛있다고,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

신혼 초기만 해도 수원 남문시장에 다녔는데, 이제는 화성시가 많이 성장해서 병점, 안녕동으로 생활권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할머니. 할머니는 4년 전, 뿔시금치 종자를 받은 것을 기억하고 다시 찾은 방문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연자방아 앞에 선 김장희 씨갑씨 할머니(왼쪽)와 강길순 할머니(오른쪽)
ⓒ 화성시민신문
 
할머니는 연자방아 앞에서 강길순 할머니와 정답게 포즈를 취한다. 할머니는 연자방아가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한 사람은 소고삐를 잡고 다른 사람은 곡식을 부어야 방아를 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자방아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김장희 씨갑씨 할머니의 우정이 돋보인다. 화성시 토종 씨앗도 그렇게 정답게 피어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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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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