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엔] 달고나와 마들렌.. 코가 '감성기관'인 이유
◇후각 신호, 오감 중 유일하게 해마·편도체로 전달
사람은 코를 통해 공기 중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냄새를 맡는다. 콧속으로 들어온 화학물질은 후각수용체에 의해 전기신호로 바뀌고, 콧속 점막 위에 위치한 후각망울로 전달된다. 암호화된 전기신호는 후각을 처리하는 뇌 영역으로 보내져 냄새로 인식된다.
후각신경세포는 시각·청각 등 다른 감각 신경세포와 달리, 시상(뇌로 전달된 감각 신호를 중간에서 종합·전달하는 곳)을 거치지 않고 해마·편도체를 포함한 ‘변연계’로 감지된 신호를 전달한다. 특정 냄새를 맡았을 때 본능적으로 냄새에 얽힌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해마·편도체는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각각 맡고 있다.
후각수용체가 감지한 화학물질(냄새)이 전기신호로 바뀐 뒤 해마·편도체를 거치면, 흩어져 있던 냄새 관련 기억·감정이 자극을 받고 되살아난다. 일반적인 냄새보다는 ‘사연이 있는’ 냄새, 즉 특정 감정이나 기억을 떠올리는 냄새를 맡았을 때 이 같은 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연구로 입증된 ‘프루스트 효과’
뇌 과학에서는 이를 ‘프루스트 효과(현상)’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된 용어로, 소설 속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맡고 과거를 떠올린다. ‘마들렌’과 ‘홍차’라는 매개체만 다를 뿐,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매개체는 음식 냄새가 될 수 있고, 사람, 흙, 공기 냄새가 될 수도 있다.
프루스트 효과는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 헤르츠 박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냄새를 맡게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사진만 봤을 때보다 냄새를 맡으며 사진을 봤을 때 당시 감정을 잘 기억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국내 한 방송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50대 남녀를 대상으로 1960~1970년대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아무런 냄새 없이 영상을 봤을 때와 ▲당시를 떠올리는 달고나·뻥튀기 냄새를 맡으며 영상을 봤을 때 반응을 비교했다. 아무런 냄새 없이 영상을 봤던 참가자들은 일부 기억만 떠올렸지만, 달고나·뻥튀기 냄새를 맡으며 영상을 본 참가자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과거를 기억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등 감정을 잘 드러내기도 했다. 실험을 진행했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문제일 교수(후각융합연구센터장)는 “뇌에 저장돼 있던 특정 향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다시 향에 의해 자극 받아 되살아난 것”이라며 “좋았던 기억은 물론, 과거에 겪은 뒤 뇌에 각인된 부정적인 기억·감정도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치매 조기선별에 활용
프루스트 효과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향기 관련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향수를 판매하는 것으로, 단순히 비슷한 향기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의뢰인의 기억이나 요청사항을 기반으로 맞춤형 향수를 제작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기억해두고 싶은 상황에서 제품을 꺼내 향기를 맡은 뒤, 시간이 흘러 당시를 떠올리고 싶을 때 다시 제품을 열어 같은 냄새를 맡는 향수 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의료계 또한 기억·감정과 관련된 후각의 특성을 우울증 치료나 치매 조기 선별에 활용 중이다. 편안함, 행복 등 잊고 있던 긍정적 감정과 과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를 맡게 함으로써 우울증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후각 기능 검사를 통해 치매를 조기 선별하는 식이다. 문제일 센터장은 “의료계와 산업계에서 후각의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후각의 특성을 이용한 기술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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