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는 대학에 투입..교육계 "동생 돈 뺏어 형 준다"

한진주 2022. 7. 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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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특별회계 신설..교부금 중 교육세 전입금 이관
학생수 감소, 대학 재정난..고등교육과 균형발전 위해
교부금 중 교육세, 올해 예산 기준 3.6조원 규모
고등교육 분야 예산은 기존 대비 48% 가량 증가 예상
교육부, 5년 후 고등교육재정 GDP 1.1%로 확대 목표
시도교육청과 교원단체는 반발.."동생 돈 빼서 형준다" 비판도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이 졸업생과 축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정부가 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대학 재정 지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에 균형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반영한 조치다.

7일 정부는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에 교육세 전입금을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97%와 유아교육특별회계 전출분을 제외한 교육세로 구성되며, 시도교육청의 유·초·중등 교육에 활용해왔다. 교육세 재원은 연간 5조원이며,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는 5조3000억원 수준인데 이중 유아교육특별회계를 제외한 금액은 약 3조6000억원이다.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등록금 동결 등으로 고등교육 재정난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교부금 제도 개편을 모색해왔고, 교육세 전입금을 고등교육 특별회계에 이관하기로 한 것이다. 2026년까지 초등학생은 연간 8만4000명, 중학생은 9만명, 고등학생은 6000명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고등교육 분야 예산은 기존 대비 48%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자금 지원, 재정지원사업 예산 외에 타 부처 인재양성사업에 활용하는 예산 4000억원과 일반회계전입금(1조~1조9000억원)과 교육세까지 합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정부는 이같은 개편 방향에 맞춰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2027년까지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인 GDP 1.1%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여러 특별법이 올해 말까지 예산 부수 법안으로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추진하는 것으로 2023~2027년에 중기 투자계획을 갖고 OECD 평균 이상인 1.1% 이상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그간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부금을 축소하는 방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로 교부금 제도 개편안이 논의되면서 입장을 뒤집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교부금 축소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언젠가는 우리가 판단해야 할 시기가 올 것 이라고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초·중등교육이 아무리 잘 이뤄지더라도 고등교육이 붕괴되면 인재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고등교육 보편화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하면서 재정혜택을 고등교육까지로 연장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재정당국은 내국세 연동 비율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국장은 "내국세 연동 비율 축소라는 재정당국 입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방교육자치라는 취지에서라도 특별한 재정감소 수요가 없는 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초·중·고교가 개학한 2일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교실로 이동하는 자녀들을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교부금 제도 개편을 두고 시도교육청의 반발도 거세다. 유아무상교육이나 돌봄, 과대·과밀학급 해소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 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중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학생수가 줄어도 교원수나 학급 수가 늘어 재정수요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정 개편안을 두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동생 돈 빼서 형 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수가 줄면 교육예산이 왜 줄어야 하는지 근거도 이유도 없이 교부금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유·초·중등 교육과 환경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간 갈등만 증폭시키지 말고 필요하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 2월 대학발전을 위한 건의에서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되 그만큼 교부율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후자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교부금 구조 개편으로 인해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설득해야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교육부는 재원 일부가 이관되더라도 시도교육청의 재원이 올해 기준으로는 감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향후 경기 침체나 경제 상황이 나빠져 재정이 축소될 경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병국 국장은 "재정축소가 이뤄지면 특별교부금을 활용해서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사업비를 부담하고 교육재정안정화기금 3조1000억원, 교육시설환경기금 1조8000억원 등 총 5조원에 가까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며 "큰 위기가 올 경우 지방채나 지방채 이자를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재정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며 시도교육청과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재정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번 지원계획에 반대하며 고등교육 예산은 별도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지방의 유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며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호도하며 대화나 협의없이 교부금을 마음대로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올해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세수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부금을 보충할 준비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점에서 오히려 교부금을 덜어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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