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까지 지원한다"더니..'코로나 약' 올 예산 집행 0%
"문 정부서 예산만 지원하고 사후관리 손 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던 국내 제약사의 중도 포기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정부의 임상지원을 받은 기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이유로 업체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후속 임상 진행을 늦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개발에 끝을 보자”고 천명한 것과 달리, 지난 2년간 8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성 평가 등 후속 관리에는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정부의 치료제 임상지원(R&D) 실적은 0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는 치료제 임상지원을 위해 2020년과 2021년 모두 1077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해까진 5개 기업을 선정했고, 확보한 예산 중 76%인 818억7000만원의 지원금을 풀었다. 셀트리온은 국산 1호 항체 치료제로 불리는 ‘렉키로나’(CT-P59) 임상시험 비용으로 2020년 (1·2상) 220억원, 2021년(3상) 300억원 등 520억원을 지원받았다. 녹십자는 혈장치료제(GC5131) 2상 진행을 위해 2020년 58억원의 국비를 받았다. 대웅제약은 약물재창출 방식(기존 약물 대상으로 새로운 질환에 대한 효과 확인하는 개발법)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정부는 임상 2·3상 진행까지 지난 2년간 133억원을 집행했다. 동화약품(임상2상)과 샤페론(임상2b상)도 지난해 임상 지원 과제로 선정돼 각 16억4000만원, 91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에 성공한건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렉키로나는 지난해 국내와 유럽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의료현장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와 추가 연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도 치료제 임상지원 목적으로 47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6월까지 집행 실적이 전무하다. 이종성 의원은 “475억원은 불용으로 남게 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발사들이 계약한 과제까진 잘 마무리했지만 이후 중단하겠다고 하거나 다음 단계 진입을 고민하며 진행을 보류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녹십자는 개발을 멈췄고 대웅제약은 후속 임상을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동화약품, 샤페론은 아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중단 배경에 대해 “혈장치료제가 회복자 혈장으로 만드는 건데, 개발할 당시 확진자가 많지 않은 시기라 임상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며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1000억원 가까운 국비를 5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시판된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유일하다”며 “셀트리온은 변이에 효과가 떨어지고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된 점 등 때문에 정부에서 9만9000명분을 구매하고도 실제 의료현장서 사용된 것은 4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기업들은 초기 정부 지원을 받고도 결국 임상을 포기하거나 임상을 하고있지만 진행이 잘 안 되는 것”이라면서 “치료제 개발이 중단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계획 등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정부가 예산만 지원하고 손을 놓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 입장에서 직접 개입하기보다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사업단을 통해 기업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며 “복지부 내에서도 정기적으로 기업과 만나 애로사항 등을 전달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치료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곳이 17군데 정도 된다”며 “이들 업체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심의를 거쳐 가능성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중도 포기하면 별 도리가 없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충분히 지원한다는 기조는 여전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초기부터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끝까지, 확실히 성공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종성 의원은 “제네릭 개발에만 집중하던 제약 기업들이 코로나19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긍정적”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치료제 강국을 발표한 만큼 지금까지의 임상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제약사들이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엄승인 상무는 ”신약 개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그 속에서 발견된 성과가 매장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미국의 경우 모든 부처가 협력해 치료제 개발을 이뤄낸 것처럼, 국내에도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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