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첩보수장 "中, 서방 기술 광범위 탈취..50명 간첩혐의 추방"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보안정보국(MI5) 수장이 사상 첫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전 세계 정보원과 자국 기업, 대규모 해킹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방 기술 탈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 내 서방 기업시설을 인질로 삼아 국제사회의 제재 위협을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봤다.
영국 BBC·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켄 맥컬럼 MI5 국장은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MI5 본부에서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와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수장은 “중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방의 지적재산과 기술을 훔치고 있다”며 중국이 전 세계에 정보요원을 투입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해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영 양국의 핵심 정보·수사기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 국장은 “중국 정부는 서방 기술을 훔쳐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자국 기업까지 활용하고 있다”며 “(서방기업이)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건 곧 중국 정부, 나아가 중국 국가안전부와 인민해방군과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컬런 국장도 “(경제적) 번영과 서방과의 교류가 늘면 중국 내 정치적 자유가 커질 거란 서방의 가정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중국 공산당은 서방의 민주주의·언론·법률 시스템에 관심이 많지만, 이는 그것을 모방하려는 게 아니라 악용해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기관은 최근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MI5의 중국 관련 조사는 2018년 이후 7배 증가했고, 지난 3년간 방첩 관련 처리 능력도 2배 이상 늘었다. 맥컬럼 국장은 “(보안을 강화한) 비자제도 개편 이후 지난 3년간 5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군과 연계된 스파이 활동 혐의로 추방됐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도 “미 전역의 FBI 현장사무소가 평균 12시간 중국 스파이활동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중국 기업과의 교류를 차단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거래를 할 때 그 위험성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 국장은 “중국 기업과 제휴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봤다. 레이 국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어떤 식으로든 줄었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다”며 “(중국은) 오히려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비슷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을 대비해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 국장은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서방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시설은 ‘인질’이 되고,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끔찍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중국을 위협적인 나라로 그려온 것은 미국 정치인들”이라며 “미국이야말로 대규모 온라인 감시를 멈추고 사이버 공간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가 돼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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