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살인' 초유의 재판 돌입..이은해 "혐의 전면부인"

심석용 2022. 7. 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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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지난 4월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이은해·조현수씨 변호인)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는 7일 재판에서 자신들의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씨 등에 대한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의 심리는 이날이 두번째다. 지난달 3일 첫 재판은 검찰이 “(이씨 등은) 계획적으로 피해자 윤모씨를 물에 빠지게 해 숨지게 한(작위) 살인 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소사실을 밝히는 데서 끝났다.이은해·조현수씨 측의 변론 전략이 드러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윤씨를 살해하기 위해 공모한 적이 없으며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씨와 조씨는 각각 연녹색 수의와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씨는 안경을 쓰지 않고 머리를 묶은 채였다. 이 부장판사가 “변호인 말 잘 들었죠. 변호인 의견과 같습니까”라고 묻자 이씨는 “네. 같습니다”라며 2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조씨도 같은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손을 모으고 재판장을 바라봤다.


‘가스라이팅 살인’ 공방이 최대 쟁점


이은해씨(왼쪽)와 공범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계곡 살인 사건 재판의 최대 쟁점은 향후 재판에선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을 인정할 수 있느냐다. 2019년 6월 30일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윤모씨가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에 뛰어든 것은 이씨 등의 가스라이팅에 의한 것이어서 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유사한 사례가 거의 없는 이례적 사건”이라며 “가스라이팅 사실을 비롯해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직접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라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가스라이팅을 통한 간접 살해도 작위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례는 찾기 쉽지 않다”며 “입증이 된다면 첫 판례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씨 등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에선 이들에게 윤씨가 가입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취득하겠단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유죄 인정의 관건이다.


증거조사만 11차례…이씨측 “부동의 ”해놓고“너무 길다”

앞서 검찰은 내사착수 보고서, 수사첩보 보고서, 수사 보고서, 범죄분석 보고서 등 800여 가지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증거목록에 올렸지만, 피고인 측은 대부분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보고서에 나오는 증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증인으로 신청해 반대신문을 할 기회를 보장하면 된다”며 “재판 지연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에 이씨 측은 “수사보고서엔 객관적인 자료를 분석한 것에 대한 해석도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편향된 의견이 들어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씨 측은 이 사건의 공범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A씨(30)와 관련된 증거기록을 보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19년 6월 이씨 등이 가평 용소계곡에 갈 때 동행했던 그는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A씨는 수사를 받고 있어서 열람을 제한했다”며 “재판이 마무리될까지 최대한 빨리 수사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위해 오는 8~9월 집중심리 기일을 11차례 진행하기로 했다. 이씨 측이 “재판부가 지정한 공판기일에 다는 참석하기 어렵다”고 하자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사실상) 대부분의 증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추후 증거조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이른 시일 내에 입증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의 입증 계획서 등을 토대로 이번 달 21일 준비기일 성격의 공판기일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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