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美발언 들을 수 있어야”…中 검열에 폭발한 미 대사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가 6일 트위터에 ‘상호주의’를 내세워 중국 당국의 빈번한 검열 행위에 반대하는 글을 게재했다. 번스 대사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중국의 선전전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등 ‘할 말은 하는 외교’를 밀어붙이고 있다.
번스 미국 대사는 이날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가 지난주 대사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홍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게시물을 중화인민공화국(PRC) 검열 당국이 또다시 삭제했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 국민이 중국 지도자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인민이 미국 지도자의 발언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스 대사는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영어와 중국어로 나눠 올리면서 지난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NSC 대변인의 홍콩 반환 25주년 성명이 삭제된 위챗과 웨이보 캡처 이미지를 함께 올렸다.
중국 검열 당국의 게시물 삭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26일 미국 대사관이 중국 SNS에 올린 블링컨 장관의 대중국 정책 연설 중국어 번역문도 게시되자마자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당했다. 당시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과 관영 매체를 통해 블링컨 장관의 연설을 거듭 반박했지만 정작 연설 전문은 중국 국민이 볼 수 없도록 막았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 번스 대사의 최근 거침없는 ‘활약’은 베이징 외교가에서 화제다. 지난 2일에는 국제기업협회(Business Council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가들을 만나 “중국에서 미국 기업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에는 칭화대가 주최한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러시아 크렘린 궁과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한) 대외 선전전을 멈춰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의 불공정한 언론 플레이를 미국 대사가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 테리 브랜스테드 대사는 지난 2020년 9월 ‘상호주의(Reciprocity)에 기반한 관계 재조정’이란 기고문을 인민일보에 게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미 국무부 사이트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조기 귀국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0년 라오펑유(老朋友·옛친구)로 불렸던 브랜스테드 대사는 당시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이 미국의 언론 자유를 악용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의 각종 언론에 자유롭게 기고하고 인터뷰 활동을 펼치는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대사와 전혀 다른 중국 측 처우를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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