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빠지다③] "쓰임 있어야 완성"..청년들, 전통과 실생활 결합을 꿈꾸다
불에 달궈진 쇳덩이를 직접 두드려 모양을 내고, 손으로 빚은 그릇을 구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청년들이 있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거창한 의도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력이 사라져 가는 옛 방식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충남 부여에서 대장간을 열고 철공예 작업을 하는 김영민 씨와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며 도예가로 활동 중인 김윤삼, 이솔찬 씨의 이야기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쇠와 흙, 재료 본연의 매력에 빠져 대장장이와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워 명맥이 끊기고 있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그 일에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윤삼 씨는 이에 대해 “원래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었다. 그러다가 흙이라는 걸 처음 만져봤는데, 너무 좋더라. 형체가 없는 것에서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으며, 이솔찬 씨는 “흙이 가진 장점은 중력 외에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좋았다. 흙은 수용성이 좋다. 다른 걸 받아들임으로써 단단한 물체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들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쇠를 다루는 김영민 씨 역시도 “어릴 때부터 나무나 흙, 여러 재료를 통해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었다. 그러다가 유튜브를 통해 쇠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금속으로 된 공구 같은 것도 사용을 했지만, 그걸 직접 만들어서 쓴다는 걸 상상을 못 했던 거다. 쇠는 다루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그걸 심지어 불에 달궈서 제품을 만든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술을 배우는 것부터 기술 습득 이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까지.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기도 했다. 김영민 씨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직 대장장이 분들을 찾아다녔었는데 가르쳐 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들이 많으 없으시더라. 혼자서 일을 하시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또 대다수의 대장간들이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함께 일할 누군가를 들일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들도 계셨다”라며 “부여에 전통문화대학교 부설 교육원이 있다. 전통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안에 철물 과정이 있었다. 그곳에서 교육을 이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솔찬 씨는 공방을 혼자 운영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브랜딩도 해야 하고, 소비자 응대도 해야 한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는데,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사진 촬영도 배워서 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면 되는 줄 알았는데, 2~3주씩 걸리기도 한다. 제품 사진을 찍고, 또 안 맞으면 다시 촬영하는 과정도 있고. 편집도 직접 배워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을 잇는다’는 거창한 이유나 목표는 없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통적 방식의 매력을 전달 중인 그들이었다.
김영민 씨는 “규모가 큰 대장간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큰 규모의 대장간에서는 농기구를 메인으로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처음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한 그 마음을 실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개인 공방을 하면 상상력과 여러 가지 접목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려가지 가드닝 툴 세트도 만들어 봤고. 호미와 모종삽, 갈퀴 세 가지를 세트로 만들기도 했다. 맥주잔을 걸 수 있는 샹들리에 등 대형 작품부터 작은 작품들까지 만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삼 씨 또한 “필요하다기보다는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서 “찍어내는 것보다는 손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확실히 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다 보면 손자국이 날 수도 있고. 기계가 아니니까. 정형화된 것이 없다. 대량으로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라고 지금의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통 기술은 이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이솔찬 씨는 “전통이 살아남으려면 시대의 기호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지 못하는 전통도 있다. 물론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쓰임을 다해 사라지는 것은 그대로 최대한 잘 기록을 해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것도 일정 부분은 필요하겠지만, 내가 하는 작업은 내가 느낀 매력을 설득시키고 이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그 시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 전통이지 않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되는 것보다 다 공감하고 쓰고 싶은 것. 그것이 진정한 전통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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